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장윤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나노·바이오기술로 오염물질 100% 분해

철 촉매와 미생물 활용

독성 강한 다이옥신 등 완전 정화 방법 개발

2~3년내 상용화 가능… 中 등 해외진출도 추진

장윤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가 연구실에서 실험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지난 1997년 서울 목동 등 전국의 쓰레기소각장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과다 배출된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다이옥신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환경부가 부랴부랴 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 11개 소각로 중 10개의 다이옥신 검출농도가 선진국 기준인 0.1㎍을 넘었다. 의정부 소각로의 경우 배출농도가 23.12㎍으로 선진국 기준치보다 무려 231배 이상 높게 측정됐다. 당시 환경부가 다이옥신 검출량을 축소, 은폐한다는 의심까지 받았는데도 결과가 그 정도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인 장윤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가 다이옥신을 포함한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 분해 연구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나노 소재 활용해 다이옥신 분해=다이옥신은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됐던 고엽제의 불순물로 관련 질병의 원인물질이 되는 대표적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합물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배출되면 최소 수십년에서 수백년 동안 존재하며 음식을 통해 인체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제는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 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독성물질 배출이 많이 줄고 있다. 그러나 각종 표면 코팅 재료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 등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의 위험은 여전히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중국 등 아직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장 교수는 나노 크기의 철 촉매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활용해 이 같은 오염물질을 완전히 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오염물질 분해에 나노ㆍ바이오 융합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특히 산업 분야에서만 많이 쓰이는 나노 소재를 환경정화에 적용한 것은 획기적 시도였다.

장 교수는 "대학에 관련 학부가 따로 없다 보니 연구실에 생물ㆍ화학ㆍ토목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연구원이 많아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신기술이 나타나면 신독성 물질도 같이 나온다고 봐야 하는데 이를 정화하려는 대처기술도 계속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기존 선진국에서 보유한 정화기술보다 효과가 몇 배는 더 나을 정도로 진일보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화학ㆍ생물학ㆍ물리학적 정화방법이 따로 개발됐으나 융합기술을 적용한 장 교수의 방법처럼 오염물질을 100% 분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2 ~3년 내 상용화, 세계 시장까지 진출 추진=장 교수의 기술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돼 수처리 정화 등에 테스트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연구실에서의 완전분해 성과가 토양과 지하수 등 실제 현장에서도 적용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관련기사



그는 2~3년 내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해외 업체와 기술수출을 협의하는 등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장 교수는 "한국 정화시장은 매우 작아 중국 등 큰 시장을 주요 목표로 하고 상용화될 것"이라며 "중국 등에 아직 관련 규제가 잘 정비돼 있지 않지만 앞으로 환경규제는 강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나노융합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지만 장 교수가 처음부터 연구인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외국계 화학회사에 기술자로 취업했다. 그러다 우수사원으로 뽑혀 미국에 장학생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비로소 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무엇인가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기보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자리까지 온 것 같다"며 "과학자가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고 제자를 길러내는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이공계 진입을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해야 유망하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화학을 전공했던 그 역시 1990년대만 해도 선호도가 떨어졌던 환경공학에 집중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금 남들이 피하는 분야를 해야 20~30년 뒤 명성을 얻는다"며 "환경공학도 진정으로 인간과 지구를 위한 학문이고 최근에는 산업화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충분히 연구해볼 만한 분야"라고 소개했다.

사진설명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먼털 사이언스:나노'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된 장 교수의 논문.

◇식품을 통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이동 경로.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