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려다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을 뒤늦게 알아 출국하지 못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정작 공항에서는 여권업무를 보는 곳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여권을 새로 발급받거나 유효기간 연장 신청을 위해 여행객이 공항에서 서울로 되돌아 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는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입국을 허용한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3개월 이상으로 기간이 더 짧다.
그러나 문제는 출국 전에 여권의 유효기간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여행객이 많지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잦다는 것.
최근에는 차세대 유망 첼리스트 고봉인(19)군이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7년 러시아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첼로의 `거장' 다비드 게링가스의 제자인 고 군은 금호문화재단의 후원을 받는 젊은 음악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고 군은 지난달 22일 일시 귀국했다가 6일 낮 12시 시카고행 항공편을 통해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탑승수속을 하다 여권 유효기간이 지난해 말 만료된 것을 알았다. 여권 재발급에 걸리는 기간은 6∼7일.
꽉 짜여진 연주일정과 학업을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 군은 예정대로 출국하지 못할 처지에 놓여 발만 동동 굴렀다.
마침 현장을 지나던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이 광경을 보고 여권을 즉시 발급 받을 수 있게 외교부에 연락,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고 군은 결국 서울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공항에는 여권을 받을 곳이 없었기 때문. 고 군은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출국했다.
현행 규정상 일반여권 발급과 유효기간 연장은 외교부의 위임을 받은 전국 17개광역시.도와 서울 10개 구청 등 27개 `여권발급 대행기관'이 맡고 있다.
외교부는 공항 내 여권업무 처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하석호 여권과장은 "구청 수준의 여권 발급 시스템을 공항에 설치하려면 비용이 4억∼5억원에 이르고 유지ㆍ관리 인력도 4∼5명은 필요하다"며 "우리도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용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상주기관 관계자는 "급히 출국해야 할 사람들이 여권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행정서비스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청은 최근 여권 발급ㆍ신청 업무를 1∼2시간 내에 처리하는 `여권 11 9 창구'를 만들기도 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결국 비용이 관건"이라며 "여권 문제를 해결하러 서울이나 인천까지 가는 여행객의 불편을 감안하면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