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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전명헌 현대종합상사 사장
입력2004.12.07 17:44:51
수정
2004.12.07 17:44:51
"조선이어 철강ㆍIT사업도 진출" <br>"무역만으론 한계" 수익성위주로 사업 다각화<br>4년만에 흑자전환… 신규투자 할 실탄 넉넉<br>결제통화 다양화ㆍ수입비중 높여 환위험 대비
| ◇약력 ▦42년 충남 서천군 출생 ▦64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69년 신진자동차 ▦72년 지엠코리아 ▦77년 현대자동차 해외사업부 과장 ▦97년 현대자동차 미국ㆍ캐나다법인 및 미국금융회사 총괄사장 ▦02년 기아자동차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02년 4월 현대종합상사 사장(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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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뿐만 아니라 대체연료유와 철강, 정보통신사업 부문으로 신사업을 적극 개척해나가겠습니다.”
종합상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최근 조선업에 진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종합상사의 전명헌 사장은 “‘공장만 있다면 못 만들 것이 없다’는 종합상사의 역량을 살려 사업분야만 유망하다면 가리지 않고 사업개척을 모색하겠다”며 공격적인 신사업 진출의지를 밝혔다.
전 사장은 “상당수 기업들이 상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출입을 하는 상황에서 그저 중개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무역업에만 매달려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예전부터 1~2개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삼고 수익성 있는 틈새사업을 찾아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강조했다.
전 사장의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된다면 현대종합상사는 현재의 요식ㆍ건설(리모델링)ㆍ자원개발ㆍ패션사업 이외에도 차세대 에너지 및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과 조선ㆍ철강업 등 전통산업 분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이중 대체연료유사업은 일단 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첨가제 등의 사업을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철강업은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H빔 및 시트파일(sheet pile) 유통사업을 기초로 진출하고 정보통신사업은 휴대폰ㆍLCD TV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업역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보통신사업, 중기적으로는 조선업을 캐시카우(cash cow)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최근 지분의 51%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칭다오현대조선유한공사’(기존 칭다오링산(靑島靈山)선박유한공사)의 지분을 향후 100%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이미 인수계약 내용에 합자파트너인 칭다오 교남시의 지분 49%를 향후 사들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지분 전량 인수에 걸림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상환경오염방지법 발효에 따른 유조선의 이중선체 구조변경으로 기존 노후선박을 대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등 향후 7~8년간 선박건조 특수가 지속될 것”이라며 “칭다오현대조선유한공사도 기존의 선박수리 중심에서 벗어나 1만~2만톤급 석유제품 운반선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이 같은 사업다각화가 자칫 과다한 투자비용 유발로 자금압박 요인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사업다각화와 투자는 지속하지만 사실상 큰 투자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만을 선택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
전 사장은 “칭다오현대조선유한공사만 해도 중장기적으로 시설투자 등에 4단계에 걸쳐 2,000만달러 정도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지만 자금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조달할 예정이어서 현대종합상사에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대종합상사는 올들어 경영실적 호전과 자금조달 여건 개선에 힘입어 신사업 개척을 위한 여건도 조성된 상태다. 전 사장은 “올들어 3ㆍ4분기까지 336억원의 순이익을 내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데다 최근 1년간의 자산매각과 장기미수채권 회수 등으로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자체 자금만으로도 신규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9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기업신용등급이 기존 ‘C’에서 ‘B’로 4단계나 상향 조정되는 겹경사를 맞는 등 외부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좋아졌다.
그렇다고 전 사장이 종합상사의 전통적인 업역인 무역중개분야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해외지사 등이 4~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주요 신시장을 중심으로 지점 및 인력 충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충원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이다.
그는 또 “최근의 환율급락에 대처하기 위해 결제방식과 수출입사업 비중을 개편하겠다”며 “달러 위주의 결제통화를 다양화해 유로ㆍ엔화 등으로 대체시키고 교역사업 부문에서도 현재 80%가 넘는 수출 비중을 낮추고 대신 수입사업 부문의 비중을 늘려 환율 변동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안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주요 기업들이 브랜드 통합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며 “현대종합상사도 유관사업분야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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