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한화그룹 보유자산을 매입, 한화의 대우조선대양 인수대금 마련을 돕겠다고 나섬에 따라 한화와 산은의 줄다리기가 최종라운드로 접어들었다.
8일 산은, 한화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산은 측은 이 같은 방안을 한화 측에 전달했으며 한화 측이 거부할 경우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고 지난 과정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이번에 제시된 방식은 산은이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출자해 PEF를 조성해 한화의 자산을 매입해주고, 한화는 그 돈을 받아 대우조선해양 인수대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한화가 경제위기 속에 기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불리함을 없애주기 위해 PEF가 매입한 자산을 3~5년 뒤 되팔아 그 차익을 한화에 돌려주기로 하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제시할 계획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이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화는 인수대금의 3분의 2 정도를 이자부담 없는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야 추후 부실화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이번 제안에 응할 경우 한화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자산매각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행장은 “이제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는 한화의 결정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해 이번 제안이 최후통첩임을 못박았다.
한화 측은 산은의 이번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지난해 연말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 3개사 이사회가 결의한 ‘실사 후 본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보완장치 마련된 뒤 본계약’ 방침에 대한 산은 측의 대응안은 빠져있어 여전히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이번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러나 3사 이사회가 결의한 조건은 이번 산은 측 제안과 맞물려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본계약일인 오는 30일 이전에 실사가 완료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을 깎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산은 측의 이번 제안에 대해 벌써부터 특혜시비를 거론하는 분위기다.
10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은이 시장가치가 급락한 한화 자산을 사주고, 이 자산이 다시 오르면 매매 차익을 돌려준다는데 이런 선례가 과연 있었느냐”면서 “앞으로도 굵직한 매각 일정이 많은 만큼 산은 측이 룰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도 7일자 노보를 통해 “민유성 행장은 지난 5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못박았었다”면서 “한화의 인수의지도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