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리… 보령… 정권 말 기강해이 아닌가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보령 화력발전소가 화재사고로 가동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화재는 1호기에서 발생했지만 3ㆍ4호기마저 한때 멈춰 자칫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전력비수기여서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아직 정상화 일정도 잡지 못해 장기 전력수급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며칠 전 고리원전 1호기에 이어 이번에는 보령화력까지 국가기반산업인 발전소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으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상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라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대형사고가 잇따르니 귀한 손님을 불러놓고 망신살이나 뻗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체면 문제를 떠나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중책을 맡은 발전소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되풀이되면 자칫 국가경제에 큰 재앙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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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측은 이번에도 상부에 제때 보고를 하지 않아 주무장관이 언론을 통해서야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고리 원전사고를 은폐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은 게 엊그제인데 중대사고가 났는데도 보고가 지연됐다면 현재의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단순한 안전불감증이나 설비운영의 문제를 떠나 정권말기에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심각한 기강해이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가뜩이나 공무원들이 선거철을 맞아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자리보존에만 급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터에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핵심 시설이 곳곳에서 흔들리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정부가 지난해 9ㆍ15정전사태 이후 총리실 주관으로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하나도 먹혀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차제에 발전소를 비롯해 전국의 국가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총체적인 재점검을 실시하고 비상연락체계 등 위기관리 백업시스템도 강구해야 한다. 전력공급을 관리하는 기관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후화된 발전설비에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해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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