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주춧돌 마련"<br>北·美양자간 안전보장 확인 중대한 진전<br>지원합의 차질땐 새로운 논란거리 될수도
우여곡절 끝에 19일 타결된 6개국의 공동합의문의 의미는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걷어냈다는 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 아래 6개국이 평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건축물에 비유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을 `북핵 포기'와 에너지 지원 등 `상응조치'가 기둥이 돼 떠받치고 있으며 `북ㆍ미, 북ㆍ일간 관계정상화' 추진이라는 기반이 두 개의 기둥을 뒷받침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해법을 세운 이번 합의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2개월. 2003년 8월과 이듬해 2월, 6월의 베이징 1∼3차 6자 회담, 지난 7월26일부터 13일간에 이어 지난 1주일간 진행된 1∼2단계 제4차 6자 회담 끝에 이번 합의가 도출됐다.
보다 길게 보면 지난 2002년 10월17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무기계획을 공표한 이후 35개월간, 근 3년간 대결과 대화, 갈등과 협상으로 점철된 제2차 북핵 위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6월 위기설’이니 ‘7월 위기설’이니 근거 없는 위기설에 불안해 하던 올 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 핵포기, 후 경수로?=합의문 내용을 뜯어보면 핵심내용은 한반도 비핵화와 핵 포기,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 경수로 제공으로 압축된다. 특히 경수로는 북한이 흑연감속로 대신 경수로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2단계 회담을 좌지우지하며 막판까지 타결이냐, 휴회냐를 놓고 `시계 0'의 상황을 연출했던 핵심 쟁점이었지만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한다'며 미래의 기회로 열어놓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북ㆍ미가 한 발짝씩 양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복귀한다'는 약속이 맞물리면서 정상국가가 된 뒤로 경수로 문제를 뒤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여기는 이론의 여지가 남는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과정을 보아가며 경수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각종 지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새로운 논란 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ㆍ미국 양자간 안전보장 확인=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를 재확인하고 한국영토에 핵무기가 없다고 선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이 전통적인 외교원칙에서 벗어나 양보한 것은 물론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다자간 안전보장이 아니라 북ㆍ미 양자간 안전을 보장한 셈이다. 북한은 1항에서 미국이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하는 선에서 안보 문제 해결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로 연결될까=특히 이번 합의문은 외형적으로 종전 회담의 의장요약이나 의장성명보다 높은 수준이며 정치적 구속력까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공동성명(Joint Statement) 형식을 취한데다 그 내용도 핵 문제 해결 원칙과 방안을 넘어 한반도 평화 체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합의문에는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까지 거론하고 있어 냉전의 마지막 외로운 섬인 한반도가 냉전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열어주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문제를 관련국 포럼을 통해 협상할 수 있도록 명시함에 따라 단순히 핵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냉전구도 해체와 한반도 평화정착은 물론 동북아 안보협력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000년 한반도를 달구었던 데탕트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