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김우중 방정식(?)

이진우 기자<산업부>

‘오나 안 오나. 돌아온다면 언제, 어떤 모양새로? 돌아온 뒤에는 어떻게? 잘했나, 못했나.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실이 될까.’ 마치 복잡한 ‘수학 방정식’ 문제를 하나 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재계의 가장 큰 화두인 ‘김우중 귀국설’을 둘러싸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ㆍ검찰과 많은 일반 국민들까지 온 나라가 그의 귀국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옛 대우그룹 측근을 중심으로 한 ‘김우중 사단’의 움직임도 덩달아 부쩍 바빠졌다. 이미 그가 귀국한 뒤 살 집과 ‘재계 복귀’ 이후의 집무실까지 마련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들은 잘못만 따질 게 아니라 공(功)도 인정해야 한다며 ‘김우중 재평가’론을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어지럽게 돌아가자 언론도 온통 그의 행방을 추적하느라 야단이다. 각계각층에서도 그의 귀국을 둘러싼 ‘득실 논쟁’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 측이 시기를 조율하면서 귀국시의 예우와 처벌 수위 등을 놓고 저울질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마치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인 스스로야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는 현행법에 의해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해외자금 유출 혐의를 받아 해외로 도피 중인 수배자일 뿐이다. 사법 당국은 그를 잡아 잘잘못을 가린 뒤 법적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고 국민들은 이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면 그만이다. 벌써부터 복잡한 ‘방정식’을 풀면서 그의 공과와 득실을 논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그의 귀국을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득실과 연결시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것은 더더구나 옳지 않다. 이번 소란에 대해 ‘결자해지’의 몫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역시 김 전 회장밖에 없다.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전세계를 누비며 세계 경영을 펼친 그의 뛰어난 기업가정신을 기억하고 있다. 잘잘못을 떠나 아픈 몸을 이끌고 6년째 낯선 이국땅을 전전하고 있는 것을 가슴 아프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의 귀국에 대한 일반적인 ‘예우’는 이것이면 충분하다. 김 전 회장은 더 이상 논란을 키울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깨끗하게 책임지는 것이 그가 새 출발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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