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1년부터 최종처분시설 완공 후 운영 들어가야
특별법 제정해 정부 내 정책기획단 만들고 관리 전문 공기업 설립해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20개월 만에 나왔다. 핵심은 특별법을 제정해 적어도 2020년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겸한 지하연구소(URL) 부지를 선정하고 2051년에는 공식처분절차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공사를 만들고 정부 내 정책기획단 구성도 권고했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론화위는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권고하기 위해 2013년 10월 구성됐다. 활동기한은 지난해 세월호 사태 등으로 공론화 과정이 늦어진 것이 반영돼 당초보다 6개월 연장된 이달 말까지다.
공론화위는 이번 권고안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가이드라인(2055년)보다 4년 앞당긴 205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는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고 2030년에는 실증연구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기를 앞당긴 것은 내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한빛(2019년)과 한울(2021년), 신월성(2022년) 원전 등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줄줄이 포화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하연구소에는 처분전보관시설을 만들어 최종처분시설이 운영(2051년)되기 전까지 포화된 원전에서 온 핵연료를 임시 저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처분전보관시설이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전에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고 임시 · 단기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어렵거나 처분시설의 운영이 지연될 때 처분 전까지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하연구소가 건설되면 고리와 한빛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에 있는 핵연료를 지하연구소에 보관할 수 있게 된다. 또 지하연구소가 들어서는 지역에는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감시센터’를 설치해 사용후핵연료 처분 수수료를 지자체에 납부,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사용후핵연료특별법 제정도 제안했다. 법령을 정비해 정책의 신뢰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중준위폐기물·중저준위폐기물·중간저장·임시저장 등으로 모호하게 구분된 용어도 정리해 국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 공사’의 설립도 필요하다고 공론화위는 주장했다. 정부와 민간사업자·국민이 지분을 공유하는 공사를 만들어 핵연료 처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처분시설이 생기는 지역에 기여할 방안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정책을 꾸준히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정부 내에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는 사용후핵연료정책 기획회의·정책기획단을 만들 것도 권고했다.
조성경 공론화위 대변인은 “37년간 원전을 가동해온 대한민국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적어도 2020년에는 지하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고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2051년에는 핵연료를 처분시설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