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부정 ‘주주보상 길’ 열려

주주는 더 이상 기업 부정에 속수 무책 당하기만 하는 봉이 아니다. 110억달러 규모의 회계 조작을 저지른 MCI(전 월드콤)는 주주에게 5억 달러를 배상키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기업 경영진의 비행에 따른 손실에 대해 주주가 보상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SEC가 엔론 사태 등 잇따른 기업 회계 부정 사건에 대한 조치로 반부패 조항 강화를 골자로 신설한 사베인스-옥슬리 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주주의 의미가 책임과 과실 배당이라는 제한적 영역에서 부당한 기업 행위에 대한 손실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광범위함 범주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로 주주들이 앞으로 기업 부정 행위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SEC에 대한 소정 신청 절차를 거쳐 손실을 보상받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사의 소유주인 주주는 그동안 회사 경영 실적 부진은 물론 어떤 비리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게 당연시 돼왔는데 이번 합의로 주주도 부당한 경영자 월권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상 기업 부정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과하는 벌금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러나 MCI 사건처럼 최고 경영진 자체의 명백한 조작으로 인한 손실은 블특정 다수의 투자자(손실)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만큼 이들을 위한 보상이 어떻게든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불거졌고 이 같은 인식이 이번 보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회계 부정은 주가 급락과 신용 회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통례. 이 경우 미 파산법 11조에 따라 해당 기업이 채권자에 대한 빚 잔치를 하고 나면 주주들은 땡전 한 푼 못받는게 비일비재 했다. 그러나 이번에 SEC는 사베인스-옥슬리 법에 따라 채권자보다 주주에게 우선 보상권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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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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