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표팀의 골 기근이 길어지고 있다. 홍 감독 부임 이후 4경기에서 나온 골은 지난달 동아시안컵 일본전(1대2 패)에서 윤일록(서울)이 터뜨린 한 골이 전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대표팀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22위)와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동아시안컵 3경기와 이번까지 4경기에서 벌써 세번째 0대0을 기록했다.
대표팀이 4경기에서 3무1패에 그치면서 홍 감독은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감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다.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는 네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페루전은 K리거와 일본 J리거로만 대표팀을 구성한 마지막 경기였다. 다음달부터는 손흥민(레버쿠젠)ㆍ구자철(볼프스부르크)ㆍ기성용(스완지) 등 유럽파가 합류한다. 동아시안컵에 이어 이번에도 골 가뭄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공격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이날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ㆍ헤페르손 파르판(샬케) 등 분데스리거들을 앞세운 페루를 내용면에서는 압도했다. 대표팀이 전후반 13개의 슈팅을 날리는 동안 페루는 단 2개에 머물렀다. 하지만 골 결정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 12분께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날린 조찬호(포항)의 왼발 슈팅은 각도를 좁히고 나온 골키퍼에게 막혔고 4분 뒤 골문 바로 앞에서 밀어 넣은 이근호(상주)의 왼발 슈팅 역시 상대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원톱으로 나와 전후반을 나눠 뛴 김동섭(성남)과 조동건(수원)은 무기력했다. 대표팀은 오히려 후반 40분께 피사로의 슈팅에 가슴 철렁한 순간을 허용하는 등 총공세에 나선 페루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16일 독일로 출국해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손흥민 등의 경기를 관전할 계획이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관전도 예정돼 있다. 다음달 9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은 이들 유럽파 위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