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같던 아파트가 진화하고 있다. 집 안에서는 발코니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고, 4베이(Bay) 적용이 보편화 되면서 집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집 밖으로 나가면 초고층 빌딩처럼 매끈한 외관이 눈에 띄고, 정원 같은 조경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아파트의 진화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분양가 자율화였다. 분양가 제한이 풀리자 건설회사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마감재와 평면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의 공간에서 웰빙과 문화의 공간으로 끌어올렸다. 이제 아파트는 거주자 개인의 편안함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공간이 됐다.
지난해 말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 되면서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신평면 경쟁이었다. 아파트 전면에 많은 방을 배치해 채광 창을 최대한 늘리는 4베이, 5베이 아파트가 속속 선보여졌다. 지난 3월 판교 중소형 분양 때는 30평형대에 40~50평형대에서나 볼 수 있는 5베이 구조가 공급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파트를 ‘ㄱ’자로 꺾어 채광 창을 늘리는 방법이 사용된 것이다.
베이가 늘면 일조권과 조망권이 극대화될 수 있다. 여기에 발코니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30평형대의 평면은 더욱 다양해졌다. 최근 대부분의 신규아파트는 아예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설계가 될 정도다. 전용면적에 따라 발코니는 ▦18평 5~6평 ▦25.7평 6~8평 ▦33평 9~10평 ▦42평 11~12평까지 가능하다. 즉 30평형대 아파트를 사더라도 40평형대 넓이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거실 안쪽에 주머니 모양으로 들어오는 ‘포켓발코니’가 화단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주부들이 긴 시간을 보내는 주방의 설계도 평면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은 수 없는 부분. 동선을 고려한 ‘ㄷ’자형 주방과 별도 보조대가 있는 아일랜드식 보조주방, 거실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개수대가 설치된 주방 등 다양한 공간배치가 속속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내부 평면 뿐 아니라 외관도 아파트를 고를 때 중요한 고려대상이 된다. 생활은 물론 아파트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의 외관경쟁도 뜨겁다. 과거 판상형으로만 짓던 아파트는 점차 타워형으로 바뀌고 있다. 동 배치 또한 단지 전체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층과 향을 다양하게 설계하고 있다. 주차장은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1층은 필로티로 설계해 조경공간과 연계하거나 아예 주민 공동시설을 두고 있다. 외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작권으로 등록되는 아파트도 생겼다. 대림산업은 최근 ‘e-편한세상’ 브랜드의 외관 디자인을 특허 받았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조경도 진화했다. 일반 조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열대온실을 만들거나 전문 조경회사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단지 내에 40~80평 규모의 유리온실 ‘아이 에버그린 파크’ 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조경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온실에는 남서해안 지방 아열대식물과 활엽수, 연못 등이 만들어진다. 호반건설은 용인 에버랜드 조경팀에 아파트 조경을 맡기고 감성지수(EQ) 공원, 향기체험 정원 등 이색 공원을 선보이기로 했다. 쌍용건설은 오감을 테마로 청각공원 후각공원 시각공원 미각공원 촉각공원 등을 조성하는 등 각종 테마공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휘트니스센터, 골프장 등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의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부대시설도 입주자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해지고 있다. 원주민 강사를 둔 영어마을을 설치하거나, 어린이도서관을 갖춰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는 단지들이 생기는가 있는가 하면, 주말농장을 체험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어주거나 손님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따로 두어 입주민들이 질 높은 주거문화를 체험하는 동시에 자산가치 상승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