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업의 돛을 달고] 위기는 기회로 통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언제든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측하지 못한 경우라면 더욱 당황스러운데,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외환 위기로 나라 전체에 찬 바람이 몰아치던 97년 말부터 98년 초.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 광고대행사들도 광고 물량 감소로 인해 50%씩 인원을 감축하던 시기였지만, 우리 회사는 오히려 사세를 확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운 좋게도 함께 일하는 광고주마다 크게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조그만 개인 회사로 출발한지 6년만에, 그것도 다들 한창 어려울 때 종합 광고대행사로 우뚝 발돋움하니, IMF 한파가 계속해서 우리 회사를 비켜갈 줄로만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난해 중반, 우리 회사에서 가장 비중이 큰 광고주였던 학습지 회사 하나가 덜컥 쓰러져 버린 것이다. 그 회사 광고를 실었던 신문사, 한국방송광고공사, 그 밖의 협력업체에 대해 당장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3억원. 부도난 광고주에게서 돈이 들어올 리는 없고, 난생 처음 맞는 위기 상황에 앞이 캄캄해졌다. 어수선하고 막막한 분위기 속에서도 차츰 탈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는 만일을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비축해 둔 재산과, 그간 다른 광고주들에게서 받지 못한 미수금을 동원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 이것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젊은 패기와 가능성을 담보로 설득하고 나서자, 신문사와 방송광고공사에서는 이레적으로 분할 납부라는 특혜(?)를 베풀어 주었다. 둘째는 협력업체에게 지불 연기를 부탁하는 것. 광고 만드느라 함께 일했던 지업사·인쇄소·출력소에 당장은 현금이 없으니 4~5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5~6년간 꾸준히 파트너십을 쌓아왔던 관계. 그간 협력업체를 존중해주고, 결제에 관한 한 명쾌한 태도를 보여왔던 나에게, 그들도 쉽사리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서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 역시 동요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일해 준 덕택에 우리 회사는 3개월만에 돈을 모두 갚고 사업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병을 앓고 일어선 사람이 더욱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병을 이겨내기 위해 기초체력이 필요하듯, 회사도 기초 체력을 갖춰야 한다. 자금 여유가 있을 때는 반드시 비축해 놓도록 한다. 평소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를 인간적으로 존중해 주고 약속은 철저히 지켜서 신뢰를 쌓는 일도 잊지 말 것. 사람과 사람 사이가 진실이 통한다는 진리를 안다면, 사업가도 「냉철한 머리」 이전에 「따뜻한 가슴」으로 타인에게 다가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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