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방민준 골프세상] 골프 기량의 두 얼굴

아마추어 골퍼들은 두 가지 스윙을 갖고 있다고들 한다. 연습장에서 하는 스윙과 실제 필드에서 하는 스윙. 연습장에선 정통에 가까운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주지만 실제 라운드에서는 몸과 마음의 경직으로 전혀 다른 스윙을 하는 경우를 두고 나온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연습과 실제 상황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예다. 스윙뿐만 아니라 각자가 갖고 있는 골프기량 역시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로선수나 완전한 싱글 아마추어가 아니고선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은 차이가 뚜렷한 두 가지 골프기량을 갖고 있다. 보여주고 싶은 기량과 실제로 보여지는 기량, 내가 인정하는 기량과 남이 인정해주는 기량, 남에게 보여주는 기량과 내가 간직하고 있는 기량 등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차이가 두드러지는 두 가지 기량이 한 사람의 골퍼 안에 공존하고 있다. 누가 봐도 A는 비거리나 구질로 보아 싱글 핸디캐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모임에서 70대 초반을 치며 휩쓸었다는 무용담도 과장된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40미터를 넘고 아이언샷 역시 길고 정확해 파5 홀에서 자주 투 온을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A는 특정 월례회에서 한번도 70대를 친 적이 없다. 이유는 멤버 중에 천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두어 명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명 객관적인 실력에서 A보다 한 수 아래인데도 A와 함께 라운드만 하면 주눅 들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전개한다. 반대로 매번 “이번만은 코를 납작하게 만들자”고 공언하고 나온 A는 훌륭한 샷에도 불구하고 제풀에 혼란에 빠져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떨어지고 만다. 지나친 다짐과 뭔가 보여주겠다는 강박관념이 자초한 결과다. 이 경우 내가 인정하는 기량과 남이 인정하는 기량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자신은 확실한 싱글이라고 주장하고 인정하지만 남들은 “무슨 소리?”라며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구력 30년의 동갑내기 골퍼를 만났는데 한 홀을 지나고 나서 가히 ‘골프달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윙은 엉성해 보이지만 필요할 때에 필요한 샷을 날릴 줄 알고 동반자들의 수준에 맞춰 남이 눈치 채지 못하게 수위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짱짱한 골퍼를 만나 한번 팽팽한 접전을 벌여보고 싶은 충동이 굴뚝 같을 터인데도 나머지 동반자들의 수준을 고려해 적당히 실수하며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절제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업상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기량의 골퍼들과 라운드하면서 터득한 자유자재의 지혜이리라. 이런 골퍼는 남에게 보여주는 기량과 실제 자신의 기량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보통 골퍼라면 쉽게 눈치 채지 못하지만 구력 20년 이상에 싱글 핸디캐퍼라면 속일 수 없다. 우리 자신에게 눈을 돌려보자. 나의 골프기량은 과연 어떤 수준인가. 혹시 자신은 남이 인정해주지 않는 수준의 골퍼로 정해놓고 매번 “오늘 유난히 안 풀리네!”를 되뇌는 초라한 골퍼는 아닌가. 또는 특정 파트너와 만나면 맥을 못 추고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는 특정인 징크스형 골퍼는 아닌가. 동반자에 따라 수준을 맞춰가며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과 기쁨을 누린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테지만 적어도 평소 기량을 꾸준히 발휘하는 골퍼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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