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벤처기업 자금난] 벤처캐피탈도 '몸사리기'

보유株 장외서 헐값매각 빈발벤처기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던 창투사, 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들도 장외기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자금흐름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기업의 경우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6개월 가량 주식을 내다팔 수 없는 주식매각제한(락업)제도에 걸려있어 현금확보가 어려운 상태이다. 투자는 했지만 돌아오는 돈은 없어 주머니가 비어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벤처캐피털들은 지분투자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장외에서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S창투사 사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중소형 창투사의 경우 10여개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상태여서 코스닥등록이 조기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금확보는 물론 자본잠식에 걸릴 가능성마저 있다"며 "중소 벤처기업들은 올들어 코스닥과 장외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투자를 완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투자자문 등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의 경우 이면계약을 맺어 투자회사 지분을 넘겨 락업제를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투자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바로 주식을 내다팔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편법을 이용하는 경우마저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문, 부티크, 일반 큰손들은 주식매각 제한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들이 현금확보에 주력하며 신규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는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9년 87개였던 창투사는 지난해 벤처열풍이란 호재를 타고 147개로 급증했지만 올해에는 146개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는 점이 벤처캐피탈들의 현 상황을 말해준다. M창투사 사장은 "자본금 요건, 지분매각 제한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창투업을 영위하기 보다는 사업증을 반납하고 부티크를 설립하거나 개인회사로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란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며 "현재 중소 창투사들은 부티크로 아예 전환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창투조합결성수도 지난해 194개에서 53개로 73% 가량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정통부, 중진공 등 일부 정부단체들이 출자하는 조합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코스닥시장 침체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투자를 한다는 것은 짚을 이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입니다. 우선은 신규투자를 최대한 줄이면서 기존 출자금을 회수해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방안입니다. 자금사정이 그나마 양호한 대형 벤처캐피털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창투사들은 이러한 생존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M창투사 사장의 전언이다. 창투사들의 현금확보 고민은 지분출자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등록을 철회하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시장 조정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발행주간 증권사와 수요예측과정에 참여하는 투신 등 기관들이 공모가격을 후려치면서 기업가치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등록철회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을 노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창투사로부터 지분을 출자받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코스닥등록 철회는 창투사들에게도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 실제 올들어 증권업협회에 등록신청을 했다가 철회한 기업은 네트컴, 우주정보통신, 디에스엘시디, 에이스디지텍, 그루정보통신 등 15개사에 달한다. 벤처캐피털이 처한 현실은 상반기 실적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맏형격인 KTB네트워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70% 감소한 1,174억원을 나타냈고 순익도 88% 줄어든 268억원에 머물렀다. 이외에 산은캐피탈, 한국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LG벤처투자 등 대형 5개 벤처캐티털들이 평균 60% 이상의 매출 감소와 70% 가량의 순익 감소에 시달렸다. 마일스톤창투 서학수 사장은 "벤처시장에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사실상 고사상태에 있는 3시장을 경쟁매매로 전환해 살아있는 시장으로 바꾸어야 하며 창투업계 현안인 락업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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