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의 백이 튼튼하게 안정을 취하자 상대적으로 우변 아래쪽의 흑 3점이 엷어졌다. 장쉬는 흑31, 33으로 젖혀이었는데 다카오의 스승 후지사와 슈코가 검토실에 들어왔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마디. “꼭 젖혀이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인걸.” 슈코의 말은 실전보의 흑31로 참고도1의 흑1에 가만히 내려서고 싶다는 것이었다. 백이 2로 벌린다면 흑은 나중에 기회를 보아 A로 귀를 유린하는 것이 유력한 노림으로 남는다. 다카오는 백34가 졸렬했다고 후회했다. 흑이 실리의 요충인 35를 차지해 버리자 백으로서는 이제 영토를 확장할 지대가 하변밖에 없으므로 36으로 한껏 전개했는데 이렇게 두어놓고 보니 백34와 백36의 조합이 퍽 이상하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 후회의 포인트였다. 돌이 저위인 3선에 편중된 것이다. 이렇게 될 바에는 백34로 참고도2의 백1에 두고 기다리는 편이 현명했다. 흑2면 좌상귀를 지키면 된다. 만약 흑이 하변을 두지 않고 실전보의 흑35를 차지하면 백은 36의 자리를 벌리면 된다. 그 경우에는 우하귀 일대가 입체적으로 부풀게 되는 것이다. 장쉬가 흑39, 41로 딴딴하게 좌하귀를 지키자 벌써 흑의 확정지가 50집에 육박한다. 검토실에 있던 야마시로 9단은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백이 34로 아예 좌상귀를 지키는 편이 나았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을 나중에 전해들은 다카오는 그것은 자기로선 상상하기 힘들다며 웃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