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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6일 중남미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친박근혜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넸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됐던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영장실질심사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권 유력 인사들의 이름과 전달한 금품 액수, 날짜 등을 적은 메모를 남겨 파문이 일었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탄생한 정권인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청하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적거리다가는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16일 이전 입장 내놓을 듯=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해외 순방을 떠나기 이전에 성완종 리스트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주 초에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주에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친박근혜계 핵심 인물들이 금품수수 의혹에 연루돼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특히 청와대는 성 전 회장이 박근혜 정권 창출 시점과는 무관한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 때도 새누리당 핵심 인물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밝히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가 노동시장 개편,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활성화 등 모든 국정과제를 빨아들이는 '정국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팽배하다"며 "박 대통령이 금품수수 여부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무성 "검찰 수사가 우선" 김문수 "특검도 해야"=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성역 없는 철저한 검찰 수사'를 강조한 것도 이번 파문이 당 전체로 옮아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은 이날 "필요하면 특별검사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우리 정치와 공직을 깨끗하게 하는 데는 어떠한 성역이나 제한이 없어야 한다"며 "부패하면 모든 공직자의 생명이 끝난다는 각오로 정치권이 깨끗한 정치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 수사만으로는 의혹 해소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특검도 있고 박 대통령이 제안해서 상설특검법도 통과시켰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당정청 소통과 대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당장 4·29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김 대표의 입장에서 청와대와의 소통 없이 공정한 검찰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사건의 1차적 파장은 당정청 협력 관계가 삐걱거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2012년 대선자금도 밝혀야"=새정치연합은 성역 없는 수사와 2012년 대선자금 실체도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친박게이트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의 말 대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는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2012년 대선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게 도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액션에 불과하다"며 김 대표와 새누리당을 정조준했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모두 직책이 높은 권력자들이라 수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직책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검찰 수수에 협조해야 한다"고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을 직접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