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오일쇼크'로 내수회복 찬물 우려

상반기 교역조건 사상최악…현대경제硏 "무역손실액 20兆추정"<br>'박리다매식' 수출구조 갈수록 심화…구매력 저하·체감경기 악화 부를수도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수입단가가 치솟으면서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교역조건의 악화에 따른 수출 수익성 저하는 국내총소득(GDI)을 감소시켜 구매력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체감경기 악화와 소비위축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교역조건 악화로 올 상반기에만 20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ㆍ4분기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0년=100)는 79.6으로 전 분기에 비해 2.7% 하락, 지난해 2ㆍ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즉 지난 2000년에 상품 한 개를 수출하면 그 돈으로 상품 한 개를 수입할 수 있었지만 올 2ㆍ4분기 중에는 0.79개밖에 살 수 없다는 의미다. 교역조건이 이처럼 나빠진 주된 이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국제유가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로 굳어지고 있으며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전체 수입액 중 원자재(원유 제외)와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 15%. 이들 자원에 대한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에 원자재의 수입단가지수는 2002년에서 2005년 1ㆍ4분기까지 57.7%, 원유는 70.3% 각각 상승했다. 특정 산업에 편중된 수출구조도 교역조건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ㆍ전자제품의 수출의존도가 전체 수출액의 37%(7월20일 현재)를 차지, 이들 제품의 가격하락은 수출단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수입 소비재의 고급화 추세도 교역환경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승용차 등 고가제품이 포함된 내구소비재 수입단가지수는 9ㆍ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3.6에서 2005년 2ㆍ4분기 113.4로 21.5% 상승했다. 박종열 한은 국제수지팀 차장은 “유가상승으로 수입단가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며 “향후 유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면 순상품교역조건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교역조건의 악화가 소비침체를 초래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교역조건 악화, 소비침체 부추긴다’는 보고서를 통해 “교역조건의 악화가 내수경기를 위축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수출품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역조건 악화가 수출물량에 의존하는 ‘박리다매(薄利多賣)형’ 무역구조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구매력 저화와 체감경기 악화를 유발, 겨우 기지개를 펴고 있는 소비까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평균 134를 기록했던 90~95년에는 가계지출이 연평균 6.5% 증가했지만 지수가 평균 104.8을 기록했던 96~2004년에는 가계지출이 연평균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선임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수출품목 다각화, 대체에너지원 개발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며 “특히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감세ㆍ재정확대 정책과 함께 교역조건 개선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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