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가 외면한 그녀의 이야기

11일 개봉할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저는 죄인입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무지로 인해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법정에서 이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평범한 주부 송정연(전도연)은 돈 400만 원을 주겠다는 지인에게 속아 남미 가이아나에서 코카인(마약)을 운반하다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붙잡힌다. 마약 운반범으로 몰린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 교도소에 수감돼 무작정 재판을 기다린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굴곡의 연속. 마약이 아닌 원석 운반으로 알고 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증명할 결정적 자료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사무실 캐비닛에서 썩히다 파지 처리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현지 국선 변호사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통역사를 붙여달라 했지만 묵살돼 재판은 끊임없이 연기된다. 출구도 입구도 없이 매일 갇혀 있는 꿈이 반복되는 나날, 송정연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돼 준 건 국가가 아닌 국민 개개인의 힘이었다. 인터넷 공간의 누리꾼이 석방운동을 펼쳤고, 주프랑스 대사관도 그제야 사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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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가는 길'(11일 개봉)은 지난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공항에서 마약 운반자로 오인돼 타국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756일 만에 한국에 돌아온 30대 주부 장미정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국가가 외면한 한 소시민의 삶에 돋보기를 대며, 대사관 등 공권력의 무능력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그 희화화의 정도가 세련되지 못하고 다소 노골적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4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특성상 실제보다 다소 과장될 수 있으나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며 "수감 당시 장미정 씨가 쓴 일기를 보며 살을 보탰고 고증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중심축을 잡고 있는 건 배우 전도연이다. 영화 '카운트다운' 이후 2년의 공백은 그의 연기에 더욱 짙은 색을 더했다. 전도연은 "우리 영화는 소홀해지기 쉬운 것에 대한 그리움,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나도 2년 동안 쉬면서 일과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마약 소지라는 중죄까지 뒤집어쓰고, 저 멀리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딸을 위해 하루하루 견디어 내는 힘 없는 한 여인의 삶은 전도연의 몸을 빌려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민낯이 무엇인지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번 증명해 보인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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