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해야

에메랄드빛 바다를 지닌 휴양지로만 알려졌던 몰디브에서 다소 생소한 뉴스가 날아들었다.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임기 1년9개월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독재 정권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소 최고법관을 체포하라는 그의 명령에 반발한 시민들이 최근 3주간 반정부 시위에 나서자 결국 하야를 결심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권좌를 유지하면 문제가 커지기만 할 것이며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국가를 철권으로 통치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 같은 모습은 11개월째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하며 민간인 6,000여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큰 대조를 이룬다. 지난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에 이어 2000년 정권을 세습한 그는 2대에 걸쳐 40여년간 장기 독재를 이어오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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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리아 사태에 대해 국제 사회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기보다는 강 건너 불구경만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ㆍ중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등도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해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지난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의 평화적 정권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최종 표결을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 결의안은 당초부터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리아에 해군을 주둔시키며 지중해에서 미국과 유럽을 견제하는 한편 시리아에 무기를 팔고 있는 러시아나,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지키려는 중국이 찬성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무산된 후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이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을 맹비난했지만 이 역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외부의 군사 개입에 의지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리비아에서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를 제거하는 데 앞장섰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가 1982년 2월 하마에서 봉기한 민주화 시위대를 학살해 최대 4만명이 사망한지 30년이 되는 해다. 당시 대학살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국제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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