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북정상회담] 남북 발표 합의서 뭐가 다른가

1차 'DJ 요청' 2차 '합의'에 의미<br>남 '정상회담' 북 '수뇌상봉' 표기, 국어 이질화 보여줘

남북한이 8일 오전10시 동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서가 극히 일부이긴 하나 표현 등에서 차이를 드러내 눈길을 끈다. 이번 합의문을 지난 2000년 4월8일 발표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간 첫 남북정상회담 합의문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정상회담 제안의 주체를 합의서에 명기했는지 여부다. 2000년 합의서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라는 문구를 넣어 김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반면 이번 합의서에는 양 정상의 ‘합의에 따라’라는 문구를 삽입, 어느 쪽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했는지 여부보다는 ‘양측의 합의’에 의미를 뒀다. 또 우리 측에서 발표한 합의서는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시작하지만, 북측 합의서는 김 국방위원장이 앞에 오도록 두 정상의 순서가 반대로 돼 있다. 우리 측 합의서가 양측을 ‘남북’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북측은 ‘북남’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 두음법칙을 사용하지 않는 북측 합의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로무현’으로 돼 있는 것도 다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회담을 ‘정상회담’으로 표현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수뇌 상봉’으로 쓰는 것 역시 분단 후 국어사용의 이질화를 보여줬다. 이 같은 현상은 언어적ㆍ문화적 차이와 함께 미묘한 정치적 입장 차이를 문구를 통해 반영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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