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타개한 고(故)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은 생전에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기업인이다. 그는 생전에 남과의 거래에서 설령 손해가 나더라도 이해관계보다는 신용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국내 화학산업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1917년 개성시 만월동에서 태어나 개성상인의 전통을 이어받아 1937년 건복상회 설립을 계기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비단을 판매하는 점원으로 출발해 개성상인의 도제식 경영 수업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후 50년대에 국내에서 수출 실적으로 1ㆍ2위를 다툴 정도로 규모가 큰 개풍상사를 설립, 운영하기도 했다. 또 55년에는 대한탄광 인수와 56년 대한양회 설립에 이어 59년에는 고(故) 최태섭 한국유리 회장 등과 서울은행을 창립했다. 이 명예회장은 59년에도 동양제철 화학의 전신인 동양화학을 설립, 40여년간 화학산업에만 매진했다. 그 결과 동양제철화학을 무기화학과 정밀화학ㆍ석유석탄화학 분야에서 카본블랙과 핏치ㆍ과산화수소 등 40여종의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71년 석탑산업훈장과 77년 산업포장, 79년 은탑산업훈장, 86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평소 장학사업에 대한 이 회장의 관심도 유난히 높았다. 이 명예회장은 58년 대한탄광 시절 송암장학회를 설립한 데 이어 회림장학회도 설립해 본격적인 장학사업을 전개해나갔다. 79년에는 재단법인 회림육영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 이외에 학술ㆍ문화 부문에 연구비도 지원하고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사업도 도맡았다. 또 82년에는 인천 송도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송도 중고등학교를 운영,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는 특히 92년 인천공장 근처에 송암미술관을 건립해 인천 시민들에게 문화예술공간을 제공한 데 이어 2005년에는 평생 모아온 문화재 8,400여점과 송암미술관 일체를 인천시에 기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명예회장의 기업 철학은 기업인들에게 영원한 귀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제철화학의 한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개성상인의 정신을 이어받은 분”이라며 “평소 ‘상식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해 기본 원칙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