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7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120엔 내외에서 움직이던 엔화가치가 갑작스럽게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달러당 108엔까지 이르러 엔화약세를 점치던 많은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지난 해 8월 한 때 달러당 140엔대까지 상승했던 엔화는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약 1년동안 달러당 120엔 내외에서 등락하면서 이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120엔 내외에서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일본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은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위에 해외자본 유입을 촉진해 경기상승국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했고,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은 엔화약세를 통해 수출에서 활로를 찾고자 했다.
이와 같은 양국간의 일치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환율수준이 달러당 120엔 내외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엔화환율이 이 수준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미·일 양국의 경제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의 엔화가치 급등현상을 두고 환율안정국면이 끝나고 엔화강세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변동에 그칠 것인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미·일 양국의 경제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최근 미국경제는 경기상승 에너지가 크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분기에는 성장률이 2.3%에 그쳐 전분기의 4.3%에 비해 크게 둔화된 반면 물가상승률은 2.1%에 달했다. 여기에 더하여 무역수지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상황이 현저히 취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일본경제는 회복속도는 완만하지만 연초에 비해 훨씬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1.9%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고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경제의 기조적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부터 이탈해 일본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 결과가 최근의 엔화강세로 이어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미·일 양국 경제흐름의 기조적인 변화가 점점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엔화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강세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우리나라 주력수출산업의 대일가격경쟁력을 높여주어 우리경제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 지난 94∼96년간의 초(超)엔고기간 동안우리경제는 엔화강세의 이점을 살려 경기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경기호황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히 컸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엔화강세에 따른 대일가격경쟁력 상승은 생산성 제고 압력을 떨어뜨리는 한편으로 경쟁력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믿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그에 따른 생산능력 확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제품가격 하락으로 나타났고 설상가상으로 엔화가 다시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서자 우리 주력수출기업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부실화되고 말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고 공급과잉 현상도 점차 해소되면서 다행히 우리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이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개선되고 있는 외부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성향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다면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엔화강세 현상은 우리경제의 재도약에 커다란 원군이 될 것이다. /권순우(權純旴)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금리동향 및 전망
지난주 시장금리는 주중 내내 악재가 계속 발생하면서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환매자금 확보를 위한 투신사들의 채권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말자금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장금리는 주초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주중반부터는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검토,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연이어 나오면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시장금리는 상승속도를 더욱 빨리 했다. 여기에 8월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에 달했다는 발표도 금리상승에 일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콜금리 안정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수익률은 연중최고치를 경신했고 국고채수익률도 다시 9%대로 올라서는 등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주 시장금리는 상승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채권 처리문제가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투신사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금주에도 현금확보를 위한 투신사들의 채권매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채권매수세가 극히 취약한 상황에서 금주부터 국고채, 산금채 등 대규모의 공공부문채권 발행이 시작되는 것도 채권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주부터는 추석자금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신용부족 현상이 확대되면서 금리상승 압력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