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자금시장, 단기대책보다 근본치유"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2차 구조조정은 질적인 구조조정』이라며 『조기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 시장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기대책은 오히려 시장만 왜곡시킬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금융기관과 정부·국민이 인내해줄 것을 당부했다. 생명보험사 상장안과 관련, 李위원장은 『법률검토 없이 구주주의 팔목을 비틀어 계약자에게 주식을 줄 수는 없다』며 『(상장안이) 법을 무시하는 안이 돼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생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연내 코스닥지수 선물·옵션을 상장시킬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취임 후 눈코뜰새없는 바쁜 일정으로 수면부족에 빠졌다는 李위원장은 대부분의 금융현안에 대해 「준비된 위원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음은 李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감독원 업무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걸로 아는데. ▲경영일선에 있으면서 감독원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감독업무도 시장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검사도 수요자 중심이 돼야 한다. 시장에서 기업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감독·검사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실패한 경영자 퇴진요구는 채권단 권리 생보사株 계약자 배분 의견수렴 거쳐야 권위적 감독탈피 수요자 중심으로 개혁 이를 위해 각종 규제도 대폭 개혁하겠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과감히 할 것이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자금시장안정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추석자금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별로 없는 듯한데. ▲채권담보부증권(CBO) 보증한도를 확대하면 증권사들이 서로 발행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금도 많이 풀릴 것이며 10조원 펀드 조성도 금세 될 것이다. 감독기관이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시장친화적인 것이다. -현대사태 타결과 관련해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부와 채권단-현대가 타협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채권단과 현대의 협의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의 자산·재무상태를 잘 아는 것은 현대와 외환은행이다. 실현가능한 자구안을 채권단이 다 뽑아내 채권단 뜻대로 한 것 같다. 시장이 현대에 한번 더 기회와 시간을 주고 시행과정을 지켜보자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시장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의 퇴진에 집착하는 이유는. ▲정부가 집착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정부로서는 개별기업 경영자에 대해 나가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채권단으로서는 여신심사에서 봐야 할 사항이다. 한국에서는 경영주에 따라 기업이 달라진다. 경영에 실패해 채권단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외환은행에서 (퇴진문제를) 비중있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다. 감독원 입장에서는 CIBC 사건과 연관해 조사처리하는 것이지 현대건설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11월 금융지주회사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범위는 대한생명 등 2금융권을 포괄하는 큰 규모인가, 소극적 의미의 작은 규모인가. 또 지주회사의 실제 탄생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경영정상화계획에서 은행들이 정할 일이다.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되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이 될 걸로 본다. 지주회사 규모에 대해서는 앞질러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방향을 정해준다. 대한생명은 조직과 영업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당국 책임자가 특정기관을 지칭해 지주사 편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 지주사 탄생시기는 지주회사법이 제정되면 힘든 게 아니다. 금융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법이 빨리 통과되면 은행들간의 물밑접촉이 있을 것이다. -은행의 경영정상화계획 제출과 관련해 감원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개입할 생각은 있나.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합의해올 것이다. 정부가 개별지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 정상화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부실을 제거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여러 자구계획요구조치를 할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로 있으면서 금융시스템 복원을 위한 그림을 그렸을 텐데. ▲시중자금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채권시장 문제다. 대우사태 이후, 그리고 새한 워크아웃 신청 후 위축되기 시작했다. CBO 등으로 물꼬를 트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자금대책에서 회사채보증비율을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본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빨리 구조조정을 마치는 길밖에 없다. 예금부분보장한도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구조조정 일정상 은행이 마켓 플레이어 역할을 내년 2월까지는 못할 텐데. ▲여신심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여신심사와 기업등급을 너무 선진 수준으로 높이는 바람에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심사기준이) 너무 강화된 부분이 있다.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어느 시점이 되면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업계는 예대마진을 5%까지 올리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보는데. 핵심은 은행의 수익성 아닌가. 아울러 퇴출돼야 할 곳이 안된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구조조정이 끝나면 예대마진도 정상화될 것이다. 은행간 경쟁이 너무 심해수신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은 데 따른 것이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은행 부담은 없어진다. 은행·정부·국민 모두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과정이 어렵다. 그외에 단기대책이 많이 나오면 금융시장의 왜곡이 생긴다. -모든 은행이 소매금융만 하려 한다. 기업금융 문제가 발생하는데. ▲기업들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전문은행도 나온다. 저절로 해결될 문제다. 기업 신뢰문제도 금융 부문과 기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면 해결된다. 수익성 및 유동성을 위한 이자보상배율을 보는 방식으로 유도해나갈 것이다. -예금부분보장제도는 정부의 스케줄대로 가는 것인가. 일본은 1년을 연장했고, 특히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금융기관과 예금자의 모럴 해저드를 막고 금융시장 규율에 따라 작동되도록 하겠다. 예민한 문제다. 각종 부작용을 밀착 모니터링해 대책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는 대책을 마련할 상황이 아니다. 전임 위원장이 언급한 서민금융기관의 지급보험 도입을 통한 예금보장 상향효과는 취약한 소형기관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공제조합 형태로 안전기금을 만들자는 취지로 알고 있다. -생명보험사 상장과 관련해 정책상의 변화가 있나. ▲공청회 결과를 보니 기준이 없어 주식으로 주는 것으로 돼 있었다. 상법에는 자본전입을 못하도록 돼 있다. 법률검토도 없이 구주주들의 팔목을 비틀어 주식을 줄 수는 없으며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 분명한 근거를 갖고 해야 하므로 종합적인 상황을 재검토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선에서 아직 결론을 내서 보고한 것은 없다. 법에 따른 정당한 안을 만들어놓고 난 후 나가야 하며 법을 무시하는 안이 돼서는 안된다. 주식으로 주는 걸 왜 당연한 전제로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법은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살리기 방안들은. ▲코스닥지수 선물·옵션을 관련기관과의 협의 아래 연말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 변동성에 대한 헤지 수단이 제공되면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의 시장참여가 보다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 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효과도 의문시된다. -부실기업주에 대한 세무조사 등 책임추궁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공적자금이 투입되는데 기업이 부실해 은행에 손실을 입힌 데 책임이 있으면 세무조사를 시키고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 기업은 빈탕인데 기업주는 돈이 많은 경우가 있으면 채권자가 대위권과 손해배상청구원을 행사할 수 있다. -부실기업의 갱생도구에 종합적인 재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실기업을 솎아낼 방안은 있는지. ▲연내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기업 등 부실기업 처리를 가속화하고 사전조정제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를 도입할 것이다. 법정관리·화의기업 중 회생이 지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간 방치되는 기업은 채권단 경영관리를 강화해 청산 등의 퇴출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퇴출·갱생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 등 도산3법의 통합을 진행시키고 M&A시장·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27 17:07 ◀ 이전화면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