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증권영업 "이손안에 있소이다"

펀드매니저는 증시라는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수행하는 보병이라고 한다면 애널리스트는 전략과 전술을 제공하는 작전참모의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이들의 경쟁력이 곧 증권영업의 성패를 좌우한다.펀드매니저는 자산운용이 전공이고, 애널리스트는 리서치가 주력이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펀드매니저의 성공적인 자산운용도 결국은 애널리스트의 완벽한 기업분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애널리스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해부하듯 요리조리 뜯어보고 해당기업 주식에 대한 「값」을 매긴다. 주가는 이들의 한마디에 출렁인다. 그래서 증권계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평가도 받는다. 선진국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손꼽히는 인기직종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국내에서는 주가 1,000포인트 돌파를 계기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의 증권시장 여건변화는 애널리스트의 주가를 더욱 치솟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종목의 특성을 무시한채 업종별 움직임에 편승하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업종내 개별종목들이 비슷한 주가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지마 투자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일 업종이라도 기업의 내재가치에 의해 주가가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개별종목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어느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개인의 비중보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커지는 기관화장세가 나타난 것도 애널리스트 전성시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즉 기관화장세에서는 펀드매니저의 투자성향이 주가향방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데, 이들 펀드매니저에게 주식매매와 관련한 원천적 정보를 제공하는 게 바로 애널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식거래에 관련한 의견을 제공하는 등 최초의 생산자 역할을 주로 하지만, 증시의 거시적인 흐름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 예측까지 한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는 소총병으로 불리는 반면, 애널리스트는 전략가에 비유된다. 일례를 들어보자. 지난 97년 초 홍콩페레그린증권은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보고서 한편을 발표했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경제성장률 둔화, 실업증가가 주요 내용이며, 특히 거품이 빠지면 자산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당시 한국경제를 여전히 장미빛으로 그리던 국내 민간연구소와 관변연구단체의 기조와는 상이한 전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은 홍콩페레그린이 발표한 보고서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는데, 이같은 상황을 예측한 보고서의 작성자가 다름아닌 이남우(李南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다. 李이사는 당시 페레그린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2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널리스트 1세대인 온기선(溫基銑) 동원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지난 92년 8월, 주가가 460선에 머물고 있을 때 『주가는 바닥을 쳤다. 신3저가 시작되고 있다. 트로이카의 시대는 끝나고 이제 불루칩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블루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는데, 溫실장의 이같은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다. 굿모닝증권의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는 이근모(李根模)상무는 IMF한파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경제사절에 버금가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李상무는 PER, EVA 등 7개 주요 지표를 통해 거의 매월 투자전략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탕으로 李상무는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투자는 물론 많은 해외자금의 유입에도 공헌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애널리스트는 결국 증권투자의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자질로 다음과 같은 3가지를 꼽는다. 즉 기업에 대한 수익성 분석이 뛰어나고, 적절한 주가를 산출해 내며,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에 대한 우수한 설득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분석이 우수해도 종목이 적중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시장의 평가를 전제로 하면 애널리스트 역시 자기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추천종목 적중률이 60%면 손꼽히는 애널리스트로 대접받고 있다. 현재 증권업계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트레이딩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트레이딩 규모가 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최우선적인 경쟁 대상은 각 증권사 사이트에 담겨진 리서치 자료가 될 수 밖에 없다. 즉 투자자들이 원하는 질 높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리서치 능력, 즉 애널리스트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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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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