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철도노사 교섭 재개… 밤새 진통] 경쟁체제 도입한 영·독·스웨덴 사고 줄고 이익 늘어

■ 다른 나라 민영화 사례 보니

스웨덴 1988년보다 여객수 65%·화물 23% 증가

오스트리아 빈~잘츠부르크 노선 요금 50% 뚝

주식회사 전환한 영국도 고객만족도 등 높은 효과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철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뒤 사고는 줄어들고 이익은 늘어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철도를 민영화했더라도 꼭 이용요금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었으며 경쟁으로 인해 요금이 낮아지기도 했다.

26일 국토교통부의 '유럽 철도운영 경쟁도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영국·독일·이탈리아 등 다수의 철도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는 국가를 분석한 결과 철도 독점구도가 깨진 뒤부터 공통적으로 사고 감소와 이익 확대 등 눈에 띄는 경영개선 효과가 이뤄졌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1988년부터 철도운영과 시설관리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2001년에는 스웨덴철도공사(SJ)를 여객과 화물, 역사, 유지보수, 청소, 정보기술(IT) 등 6개 회사로 분할해 민영화했다. 또 지방이나 지역 간 노선을 점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현재 여객은 SJ 등 12개 회사, 화물은 '그린카고' 등 16개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스웨덴 철도가 경쟁체제로 바뀐 뒤 가장 큰 변화는 사고율 감소다.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감시·감독체계가 강화되면서 1991년 연간 191건에 달하던 철도사고는 2008년 44건으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승객 사망자는 2000년대 들어 단 한 명(2003년)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수송실적은 되레 늘었다. 회사 간 서비스 경쟁이 확대됐고 고속열차 도입 등에 힘입어 1988년 대비 2008년 여객 수는 65.2%, 화물은 23.7% 증가했다.

경영 면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냈다. 경쟁입찰에 따른 원가절감 노력으로 전반적인 운영비용 감소를 이끌었다. SJ의 경우 운영수입이 2004년 55억7,000만크로나(SEK)에서 2010년 86억2,700만크로나(약 1조4,000억원)로 54.8% 증가했다. 또 2000년대 들어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에는 2년 전인 2011년 12월 처음으로 민간철도회사 '베스트반'이 등장하며 철도주식회사(OBB)의 독점구도를 깨뜨렸다. 베스트반은 승차권 예매와 발권을 인터넷이나 열차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해 비용을 줄임으로써 가격경쟁을 이끌었다. 그 결과 OBB와 베스트반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빈~잘츠부르크 노선 요금은 50%가량 떨어졌고 서비스 질은 향상돼 그 과실이 이용객들에게 돌아갔다.

영국의 사례도 철도 민영화가 요금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은 1994년 국철(BR)을 기반시설과 여객·화물 등 사업별로 나눈 뒤 주식회사로 바꿔 민간에 팔거나 운영권을 위탁했다. 영국의 민영화는 수송량과 요금·사고·고객만족도 부문에서 높은 효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특실이나 레저용, 사전예매 좌석 등을 제외한 좌석은 요금상한제를 적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요금상승을 막았다. 철도사고는 1996년 1,753건에서 2009년 104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영철도의 적자누적에 허덕이다 1994년 철도개혁을 단행해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독일의 국영철도는 1952년 적자로 돌아선 후 1990년 연간 적자가 최고 130억마르크까지 증가할 정도로 정부의 골칫덩이였다.


독일은 철도역사 자산은 국가가 소유하되 관리와 운영은 지주회사 산하의 별도 법인에 맡겼다. 또 2006년부터 여객·화물열차 운영을 본격적으로 민간에 개방했으며 그 결과 385개 이상의 여객·화물열차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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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996년 1,220건에 달하던 사고가 2009년 342건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으며 연방철도주식회사는 2004년 이후 흑자로 전환한 뒤 2009년 22억유로의 흑자를 달성했다. 2008년 철도의 여객·화물 수송분담률은 1994년과 비교해 각각 56.6%, 63.8% 뛰어올랐다.

이탈리아 역시 철도 분야의 경영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단행한 사례다. 국영철도를 1992년 주식회사화해 모두 8개 자회사로 분리했으며 현재 여객과 화물 각각 20개씩 모두 40개 철도회사가 영업 중이다.

이탈리아는 화물 부문의 경쟁은 본격 촉진된 반면 여객 부문은 철도공사의 진입장벽을 높게 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쟁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국영철도회사에서 분리된 화물 부문 회사 '트레니탈리아'의 경우 2005년 경쟁도입 직후 20억유로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구조조정 이후 지난해 1억5,000만유로의 흑자를 올렸다.

또 철도사고는 2005년 134건에서 2010년 94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반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더디게 한 프랑스의 경우 별다른 경영개선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프랑스의 경우 철도산업의 침체를 해소하고 유럽연합(EU)의 개방·경쟁에 대한 지침 등에 적합하도록 1997년부터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객 부문은 운영 담당회사인 'SNCF'가 독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지방철도와 주요 장거리 노선에 경쟁이 도입된다. 고속철도의 경우 오는 2018년 개방이 예상되지만 개방과 입찰 방식을 두고 의사결정이 더딘 상황이다. 다만 화물은 2006년 3월부로 개방돼 19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르게 비정상적이고 독특한 방식의 개혁은 지지부진한 효과를 내고 있다.

화물 수송분담률은 1996년 19.4%에서 2009년 13.8%로 되레 떨어졌다. 여객 수송분담률도 1996년 7.9%에서 2009년 9.9%로 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1990년대 이후 고속철도의 지속적인 신규 개통을 고려하면 부진하다. SNCF는 1996년 25억유로의 적자를 보인 뒤 1997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이는 정부 보조금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실질적인 경영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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