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6월 국회에 상정하되 오는9~12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16일 여당 단독으로라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열어 피해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미국 방문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미 FTA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와 FTA 공청회 등을 통해 여야 간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의회 상황을 봐가며 우리도 탄력적으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미 의회에서 비준안이 상정되면 우리가 두 발 정도 뒤를 따라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의회 회기가 앞으로 2주 남아 있는데 9월로 넘어가면 미국에서 선거가 있어 비준 전망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에서 이 문제가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도 "이번주 미 의회가 다시 열리는 만큼 공화당과 민주당 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는 '판도라의 상자'라며 일축했다. 남 위원장은 "민주당은 국회에서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이익균형 문제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여야정 협의체를 5대4대3으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며 6월 국회 상정 추진을 공언했다. 여야정 협의체에는 국회에서 외통위ㆍ기획재정위ㆍ농림수산식품위 위원장과 간사, 기획재정부ㆍ외교통상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국과의 재재협상 없이 상정할 경우 강력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투자자-국가제소권(ISD)과 의약품 허가특가 연계 등 독소조항을 개정하고 자동차 분야 등에서 이익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상정도 안 된 안건에 대한 공청회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 FTA 비용추계서가 짜맞추기식으로 작성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부가 지난 3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날림으로 제출했는데 경제적 영향 분석 없는 짜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당초 정부는 한미 FTA로 10년간 연평균 최대 6조3,000억원의 조세수입 증가를 제시했다. 관세 철폐, 자동차 개별소비세율 인하 등으로 연평균 2조2,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지만 생산성 제고 등으로 연평균 8조5,000억원선의 세수가 간접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3일자 추계서에서는 2006년 기준 950원으로 가정한 기준환율을 현재 환율로 변경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도 2007년 전망치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손익분석이 미흡했다. 박 최고위원은 "(현 정부에서 한) 재협상 결과를 반영한 2011년판 경제적 효과분석이 비용추계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