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환율이 한국 경제의 심장인 수출에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환율도 지난 3일 한달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두자릿수의 견조한 증가세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하반기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유가.환율 불안 다시 고조
한동안 잠잠했던 두바이유는 4일 배럴당 68.89달러로 전날보다 1.43달러 상승하며 종전의 최고 가격이었던 지난 5월3일(거래일 기준)의 68.58달러를 넘어섰다.
여름 휴가철에 따른 수요 증가와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수급불안을 가중시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4일까지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61.50달러로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마련하면서 전망했던 54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문제는 이러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부 지역의 정제시설 가동 차질로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이란의 핵 문제 등 중동지역 정정 불안이 유가 급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석유공사, 한국은행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도 최근 하반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상반기보다 배럴당 평균 3~4달러 높은 65달러 내외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란 핵문제가 군사적 충돌사태로 발전하거나 허리케인 피해로 미국 멕시코만에서 공급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달러 환율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4일 오전 현재 급락세가 진정되고있는 모습이지만 지난 3일에는 944.9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달 5일 943.00원 이후한달여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의 환율 수준은 정부의 전망치였던 1천10원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미국의금리정책 변화가 시사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은 미국이나 일본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한차례 크게 출렁일 수 있고 유가는 중동과 중남미 등 산유국의 정치적 상황에따라 급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하반기 수출 증가세 둔화
환율과 유가의 불안은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1천625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9.9% 늘어날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상반기의 13.9%에 비해 훨씬 둔화된 것이다.
산자부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진전되면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해 금리를 올려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세까지 가세하면 우리나라의수출제품에 대한 수요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존도가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과 유가의 불안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수출실적이 있는 중소 기업의 수는 2003년에 3만1천524곳이었으나 2004년3만645곳, 2005년 2만8천542곳, 올해 4월 2만1천533곳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 수가 3년만에 32%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928원이 되면 중소기업들의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이 이 정도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5월 한때 929원까지 하락한 적도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5%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