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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은 혁명도 가능케 한다'는 말은 인터넷 초창기에 기술혁명의 미래와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온 미래예측이지만 당시에는 모두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그 문구를 현실로 만든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명 '아랍의 봄(Arab Spring)' 또는 '아랍의 자각(Arab Awakening)'이라고 불리며 2010년 12월부터 일어났던 아랍 지역의 일련의 시위들이다. 여기에는 북아프리카까지 가세했다.
알제리ㆍ바레인ㆍ이집트ㆍ이란ㆍ요르단ㆍ리비아ㆍ모로코ㆍ튀니지ㆍ예멘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이라크ㆍ쿠웨이트ㆍ오만ㆍ사우디아라비아ㆍ소말리아ㆍ수단ㆍ시리아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유사한 반정부 시위가 나타났다. 그 와중에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아랍지역의 시위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의사소통과 인식확대를 통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정권교체를 촉발했던 당사자이자 다국적기업 구글의 직원인 와엘 고님이 당시에 겪었던 상황을 르포형태로 기록한 회고록이다. 이집트혁명이 어떤 경로를 밟아왔고 평범한 직장인이 소셜미디어라는 새 미디어환경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면서 사회변화까지 이뤄내게 됐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다. 2010년 6월 경찰들이 마리화나 피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칼레드 사이드라는 한 이집트 청년이 카이로 시내에서 경찰의 폭행으로 숨을 거두고 누군가 이 청년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는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MBA를 수료한 뒤 구글의 중동ㆍ북아프리카 마케팅책임자로 일하던 저자 와엘 고님은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페이스북에 '쿨레나 칼레드 사이드(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다)'라는 페이지 하나를 개설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그의 행동은 다소 즉흥적인 것이었지만 이 사이트는 순식간에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됐고 결국 이집트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와엘 고님은 경찰에 체포돼 2011년 1월 27일 실종됐다가 2월 7일 이집트 당국에 의해 석방됐다.
저자는 이집트의 혁명이 과거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가 이끌어간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집단지성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버전 2.0' 이라는 의미를 담아'레볼루션 2.0'으로 명명하고 있다. 기록물의 형태여서 디지털시대, 소셜미디어 시대에 집단지성이 어떻게 자라나고, 보완되며 상승해 발전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와엘 고님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며 화제가 됐고, 타임은 '2011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어 존 F. 케네디 재단으로부터 '용기 있는 인물' 상을 수상했고 201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