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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의 준대형 세단 시장에 일대 격변이 시작됐다. 기존의 '그랜저'와 'SM7', 'K7'과 '알페온' 등에 최근 출시된 '아슬란'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기 있기 때문이다. 국산 준대형차의 올해 성적표와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봤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모델 중 하나인 그랜저는 요즘 기세가 대단하다. 올해 1~10월 7만3,196대가 팔린 그랜저는 현재 베스트셀링카 순위(상용차 제외)에서 3위에 올라 있다. 2위 '아반떼'와는 불과 658대 차이다. 남은 기간 전세를 역전시켜 아반떼를 밀어내면 그랜저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베스트셀링 모델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이 추세를 그대로 이어가더라도 지난 2007년 이후 7년 만의 '톱(Top) 3' 복귀다.
그랜저·아반떼와 함께 상위권에 올라 있는 차종들이 경차인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스파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차 '싼타페' 등임을 감안하면 그랜저가 대중차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혀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지난 달 출시한 준대형차 아슬란에 대해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랜저와 같은 준대형으로 분류되더라도 아슬란에 '명품 세단'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은 이유에서다. 출시 행사에 참석한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가 "그랜저는 엔트리(보급형) 고급 모델로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아슬란이 기세 등등한 그랜저의 실적을 오히려 갉아 먹는 '간섭 효과'가 아니라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행히 초반 반응은 좋다. 지난 달 6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2,850대 이상이 팔렸다. 40~50대 전문직들로부터 특히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전체 판매량 대비 법인 수요도 38%가량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후륜구동인 '제네시스'와 달리 최고급 전륜구동 세단이라는 점을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들이 아슬란의 주행성능에 대해 실제로 차를 몰아본 후 더 큰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현대차로서는 흐뭇한 부분이다.
반면 올해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기아의 K7은 아슬란의 등장으로 앞으로 더욱 힘겨운 승부를 펼치게 됐다. K7은 'K시리즈'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올해 판매량이 1만7,465대로 작년보다 16% 이상 떨어졌다. 풀 체인지(완전변경) 신차 역시 내후년에나 출시될 전망이어서 준대형 시장의 피 튀기는 격전장에서 K7은 당분간 고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절대적인 판매량에선 K7에 밀리지만 올해 분위기가 좋은 SM7과 알페온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SM7은 최근 출시된 '뉴SM7 노바'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면서 올 누적판매량이 3,498대까지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2,718대)보다 28.7%나 많은 규모다.
알페온 역시 대형차가 없는 한국GM에서 고급 세단의 수요를 흡수하며 올해 판매량이 4,079대로 지난해보다 28.9% 늘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신형 '쏘나타'의 등장으로 중형 세단 전쟁이 벌어졌다면 연말부터는 아슬란과 기존 준대형 모델 간의 치열한 경쟁이 볼 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