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세계의 공장' 이면엔 신보호주의 횡포 '두 얼굴의 무역대국'

中,, WTO 가입 10년<br>무역규모 美 이어 2위 불구 자국산업 보호·육성 내세워 각종 보조금 지급·규제 남발<br>무역분쟁 최다 피소국 오명, 선진국들 "中 여전히 폐쇄적" MES 지위 부여 주저주저



지난 2001년 11월 10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우여곡절 끝에 각료회의를 열어 중국의 WTO 가입을 승인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본격적으로 자유무역시장에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무역대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속내를 벗겨보면 중국은 무역대국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이 신보호주의를 내세워 외국 기업 때리기에 나선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못하겠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하루가 멀다고 반덤핑과 불법보조금 혐의로 중국을 WTO에 제소하며 글로벌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좀처럼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중국이 진정한 WTO 회원국이 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무역대국에 오르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의 무역 규모는 눈부실 정도로 급성장했다. WTO에 따르면 2010년 중국 교역규모는 2001년의 5.8배인 2조 9,729억달러에 달해 미국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수출은 10년전 대비 493%나 성장한 1조5,770억달러에 이르러 세계 6위에서 1위로 올라섰으며 수입도 10년전 6위에서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역의 질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가공무역비중은 10년전 47.4%에서 39.7%로 떨어진 반면 일반무역 비중은 44.2%에서 50.1%로 증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연평균 9.5%씩 성장해 2001년 세계 6위에서 2위로 부상했다. 중국은 WTO 규범 준수를 위해 최근 10년간 대대적으로 국내법도 손질했다. '반보조금조례,'외국인투자기업 설립에 관한 규정'등 3,000여개의 법률이 지난 10년 동안 WTO 규정에 맞춰 개정됐다. 800여개 상품에 대해 수입할당제가 폐지됐으며 평균관세율은 2001년 15.3%에서 2010년에는 9.6%까지 낮아졌다. ◇여전한 '죽의 장막'= 중국이 이처럼 겉으로는 무역대국의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외국 정부는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과 규제를 남발하는 등 신보호주의에 앞장선다며 WTO 회원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기 침체로 자국 내수 시장에서 죽을 쓰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자 중국은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알루미늄제품과 타이어, 태양광 패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국 풍력발전 업체를 대상으로 외국산 부품 사용을 규제해 미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신보호무역주의는 지표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관영통신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무역분쟁으로 WTO에 602회 제소돼 무역분쟁 최다 피소국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작년까지 16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반덤핑 조사를 받는 나라, 5년연속 불법보조금 최다 피소국이라는 오명을 떠안고 있다. 중국 미국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 중 25%가 중국의 보호주의가 더 강화됐다고 답했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철퇴를 내리고 있다. 올해 초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와 까르푸 19개 지점에 가격 조작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직원 학대 혐의로 명품업체 구찌 선전 지점을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펀드업체 아시아 액세스의 창립자 매튜 크래브는 "중국 당국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외국기업들만 처벌하는 등 반시장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시장경제지위가 남았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점을 근거로 들어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까지 MES 지위를 획득하지 않는 조건으로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개별국가로부터 MES 지위를 부여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 최대 무역파트너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좀처럼 MES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중국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MES를 부여받으면 선진국들이 중국에 반덤핑조치를 내리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중국이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국채 시장의 구원투수로 부각되면서 상황이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독일 일간 디 벨트에 따르면 한 EU 고위 인사는 EU가 내년쯤이면 중국의 시장 경제 지위를 인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유로존 지원에 적극 나설 경우 더 이른 시점에 MES 지위를 획득할 것이라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중국은 오는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지원 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MES 인정을 압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카렐 데휘흐트 EU 통상담당위원은 영국일간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대한 중국 투자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 경제는 폐쇄적"이며 "우리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폐쇄적 환율 정책으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는 이상 MES 지위 부여는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WTO 가입 10주년, 중국은 무역대국을 넘어 세계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시장경제 정식회원으로 대접받기까지는 한 동안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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