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페라리 타는 납세기피자 적발 강남구를 보라

월 500만~1,000만원 안팎의 리스료를 내고 페라리 등 고급 수입승용차를 타면서도 지방세를 체납해온 얌체족의 꼬리가 잡혔다. 서울 강남구청은 리스업체 이용자 가운데 지방세 고액체납자가 있는지 확인해 17억원이 넘는 세금을 안 낸 개인·법인 등 55명의 리스보증금 12억여원을 압류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푼이라도 더 체납액을 환수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다른 지자체들도 본받을 만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상습·고액 체납자들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3,000만원 이상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는 전국적으로 1만4,500명(법인 포함), 체납액은 2조원을 넘는다. 고액 국세체납자와 체납액은 1만6,000여명, 27조원에 이른다. 국세든 지방세든 체납세금 징수는 중요한 과제다. 가뜩이나 힘든 재정여건과 성실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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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납세금 징수실적은 신통치 않다. 금융실명제법·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령상 제약이 있는데다 과세에 필요한 국세청 소득·배당 관련 자료확보조차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38체납기동대 태스크포스도 본인 명의로 고급 승용차를 리스한 지방세 체납 개인·법인을 적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29개 리스사에 체납자 명단을 주고 이용자 가운데 이들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영업비밀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은 업체가 많았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리스사와 직원에 대해서는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는데도 그랬다. 법에 근거한 징세 노력도 이 정도니 타인 명의로 리스한 경우 적발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세금은 국가운영의 기본이다. 금융실명제와 개인정보 보호 법령을 악용하는 납세기피자들에게 철퇴를 가하려면 그물을 촘촘히 짜야 할 때다. 관련법령을 보완하고 국세청·지방세당국 간 공조, 공공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해야 조세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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