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이른바 전관예우금지법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부 지역법관과 젊은 검사들이 사직서를 내는 등 법조계의 사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통과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관이나 검사, 군법무관이 퇴직하기 전 1년간 근무했던 국가기관 연계 사건을 퇴직일 기준으로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정했다. 이 개정안은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행하도록 부칙으로 정하고 있어 관보에 게재되는 이달 중순께부터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보는 부정기적으로 발행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담긴 관보 발행시점을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법 내용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일반 원칙에 따라 시행 전에 미리 퇴직한 사법부나 검찰 인사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영향으로 대법관 제청에서 밀려난 고위 법관을 포함해 개업을 고민해왔던 부장∙부부장 검사들이 개정안 시행을 염두에 두고 사직의사를 표명하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날 현재 검찰에서는 재경지검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등 6∼7명이 사직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수원 등 수도권 검찰청에도 사임의사를 표시한 검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경우 지방에서 근무하는 지역법관 가운데 사직의사를 밝힌 일부 판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의사를 밝힌 이들은 관보에 개정안이 게재되기 전에 사표가 수리된다면 변호사 개업 후 수임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전관예우금지 규정의 효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 직능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처벌의 전권을 보유하고 있고 별도로 처벌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변호사법 제90조와 91조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직전 근무지 사건을 수임해 법을 어긴 경우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또는 3,000만원 이하 과태료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마저도 대한변협이 자율적으로 처벌 여부와 정도를 정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약한 처벌규정 때문에 이름만 빌려주는 변호사를 내세워 수임료를 챙기는 '이면계약'과 같은 편법을 쓴다면 법안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세 차례에 걸쳐 대법관 예비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박병대 대전지법원장(54∙12기)의 제청을 바라봐야 했던 이진성 중앙지법원장(55∙연수원 10기)은 연휴 이후 사퇴설이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9일 이용훈 대법원장을 면담한 후 사임의사를 철회했다. 당시 면담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은 전관의 수임을 제한하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의 시행이 임박한 시점이라 이 원장의 사직이 오해를 부를 수 있고 법원장의 잦은 인사이동이 재판 업무에 미치는 악영향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