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채속의 영화/구본호 울산대 총장(송현칼럼)

최근 『누구라도 빚지고 한때는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자꾸만 내 마음을 괴롭게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정부나 여러 연구소 발표대로 경기는 계속 하강하고 있으며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주가도 하강일로를 거듭하고 있으며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커지고만 있다.○씀씀이 지나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외국대학이나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귀국해 보면 우리나라처럼 모두의 씀씀이가 지나친 나라가 없구나하는 인상을 갖게 한다. 골프장이나 호텔 같은 부유층이 드나드는 곳은 물론 일반식당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와 같이 흥청거리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도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불가사의 하면서도 비웃고 넘어갈 수 없는 현상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하겠다. 사실 지난 30여년간 우리경제는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왔기 때문에 모두가 막연히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안이한 타성 속에 살고 있고, 따라서 앞서 지적한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으리라고 단순하게 낙관하기에는 우리경제는 너무도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국민총생산 동향을 보면 지난해의 성장률 9% 수준에서 금년 하반기에는 6.5% 수준으로 냉각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과열경기를 제거하는 연착륙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6.5%의 성장률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느냐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우리경제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을 가름하는 설비투자증가율은 금년 하반기에 3%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호전될 요인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기업가들의 비관적 소리만이 들린다. ○적자속의 생산 또 수출의 신장률도 작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생산도 피상적으로 보면 8∼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건전하다고 생각 할 수 있으나 많는 기업들이 적자 속에 생산한다는 이야기가 강하게 들리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채산성 악화 속에 생산증대가 지속될 것인지가 큰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의 활발한 해외투자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문제는 외국기업의 국내투자가 이에 비해 너무 저조한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또 금년 총 소비증가율은 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비슷한 6.5% 수준으로 안정적이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는 지나치게 피상적인 견해라고 생각된다. 금년의 경상수지 적자가 약 2백억달러에 이르러 GDP의 4∼5%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는 부채속에 과소비를 누리는 꼴이며 그 만큼 우리의 후손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음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60연대나 70연대의 외채는 대부분 설비투자에 이용되었다면 최근의 외채확대는 주로 우리의 과소비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가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나 과소비억제 추진방안을 발표한 것은 시기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충분히 수긍하고 남음이 있다. ○하의상달 필요 그러나 그 내용을 따져보면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하고 걱정이 앞선다.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고 아직도 하의상달보다는 상의하달의 경향이 농후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경상수지 적자 축소의 목표치 제시보다는 그 구체적인 방안이, 금리인하 목표보다는 그 실현방안이, 좀 더 설득력있게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월 1회)나 실무위원회 및 과제별 작업반에서 이러한 의문이 효율적으로 풀리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코자 한다. 무엇보다도 국내의 여건변화로 70연대나 80연대와 같은 상의하달 방식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기능이 크게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문인력이나 정보도 정부 외에 더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다. 또 모든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 근로자, 국민의 호응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하의가 충분히 정책에 반영되도록 추진되어야만 한다. 끝으로 정부가 솔선 수범하여야 한다. 작은 정부의 지향이 구체적으로, 또 획기적으로 실천되면서 각계각층에 깔려있는 거품경제를 거둬들이도록 해야 한다. 확대되는 부채 속의 영화는 단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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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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