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슈 in 마켓] 사회책임투자 현주소

공시 규정 미비·인식 부족… 정착까진 먼길<br>국민연금 투자 늘었지만<br>지배구조·환경자료 공시안돼<br>일반 투자자 참여 쉽지않아<br>기업 데이터 공개 지원 필요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는 기업이 과거와 달리 이윤 추구만으로 지속 가능한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환경 오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건전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기업들이 결국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SRI)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도 지난 2009년부터 관련 지수를 개발해 투자자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제도적으로 보완될 점이 많아 사회책임투자가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5조4,335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6년 11월 위탁운용사에 900억원의 펀드 운용을 맡기는 방식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했다. 사학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도 지난 2011년 말 500억원에서 현재 1,440억원으로 늘어났다.

최근 관련 펀드 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운용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동양Great Company(SRI)증권투자신탁1(A)’를 운용하고 있는 박의현 동양증권 팀장은 “SRI 관련 펀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양증권의 SRI 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 5%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3년 간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6.5%포인트 정도 높았다. 2007년 6월~2013년 3월 동안 누적 수익률도 57%로 코스피(17.8%) 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사회책임투자에 참여하기가 쉽지는 않다. 거래소의 관련 공시 규정이 미비해 데이터가 부족한데다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의 사회책임(CSR)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SRI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초 1조 9,700억원 규모에서 최근에는 1조 5,2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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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은 펀드ㆍ연금실장은 “기업의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와 관련한 공시가 잘 안 된다”며 “유럽의 경우 CO2 배출량과 같은 기업의 환경 문제 대응 수준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해 관련 내용들이 공시 의무에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관련 공시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거래소의 SRI 계열지수인 SRIㆍSRI에코ㆍSRI거버넌스에 들어 있는 70개 기업들도 주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LG화학ㆍKB금융 등 적극적으로 CSR 활동을 하는 대기업 위주다. 실제 지난 2011년 영국의 FTSE가 SRI 지수인 ‘FTSE4Good 지수’개발 10주년을 맞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ESG 평균 점수는 2.31으로 전 세계 평균(2.76)에 크게 못 미쳤다.

사회책임투자 컨설팅 전문기업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사장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평가를 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 기업들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또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평가의 데이터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관련 정보 공시를 대기업 상위 50개 정도를 제외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문제”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ESG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호주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인도 등과 같이 정부가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시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이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ESG에 대한 정확한 정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성ㆍ공공성ㆍ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투자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국의 금융당국은 CSR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내년 1월부터 모든 상장된 기업들에게 CSR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거래소측은 이에 대해 “매년 CSR 관련 공시를 확대ㆍ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공시 체계가 투자자들에게 기업 관련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질적인 측면, 즉 미래의 가치를 알려주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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