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후임으로 17일 내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보름여동안 지속된 이번 인사 과정에서 적잖은 난맥상을 드러내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가 난 게 큰 부담이다. 또 이른바 `코드 맞추기`에 집착하는 인사시스템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호락호락 받아들이지 않겠다더니 =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수용할 지의 여부에 대해 “받아들이더라도 결코 호락호락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나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또 “김 장관은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김 장관은 최대한 키워주고 싶다”며 국회의 해임 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겨냥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을 바꾸는 게 어디에 있느냐”며 강한 적개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 대통령의 공언은 결과적으로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리더십 붕괴 자초 = 노 대통령은 인사 발표 이틀전인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사표를 제출하려는 김 장관에게 태풍 피해 복구가 마무리될 때까지 보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축으로 한 인사팀도 노 대통령의 의지와는 전혀 별개로 움직였다. 정 보좌관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난 3일 이미 인사위를 열어 예비후보 25명 선정작업을 마치고 10일에는 3명으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뭐라 하건 장관은 장관대로, 참모진은 참모진 대로 각각 따로 국밥이었던 셈이다. 그 덕분에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있다.
◇자격 시비 = 허 장관이 조직 장악력과 행정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행자부장관 자리에 적합한 가에 대해서는 두고 두고 말이 많다. 정 보좌관은 “지난 14일 허 장관이 행자부 장관에 가는 것이 맞느냐고 전화를 걸어와 그렇다고 통보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 장관은 1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도 “그런 일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었다. 허 장관은 해수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에도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장본인. 결국 청와대는 이번 인사도 `둘러 막기식`으로 처리함으로써 빈약한 인재 풀의 한계를 스스로 노출 시켰다는 지적이다.
◇최낙정 키워주기 =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낙정 해수부 장관 내정자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행시 17회 출신의 최 장관 내정자는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는 저서를 내는 등 한마디로 `튀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튀는 점에서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셈. 노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시절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일 했던 그를 눈 여겨 보고 중용의사를 굳혔다는 후문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