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격 만큼 서비스도 ‘차별’/미국의 자동차보험제도와 업계 현황

◎재산 등 자격요건 따져 가입거절 예사/타회사 기피 불량물건 전문 인수사도/고객보호장치 완벽… 매년 요율 공개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사람이 현지에서 겪게 되는 곤란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동차보험 가입문제다. 법적으로 무보험운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를 몰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만 하는데 외국인으로서 그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찾아와 서로 자기회사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국내 보험시장과는 사뭇 풍토가 다르다. 실제로 미국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사에서 자격요건을 따져 거절해버리기 일쑤고 그나마도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의 경제력이나 운전경력 등을 따져 이에 적합한 보험사를 찾아가는데 익숙해 있다. 그만큼 보험시장이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부유층의 자동차보험계약을 전담하는 보험사와 반대로 사고뭉치인 불량물건만을 전담하는 보험사가 공존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철저한 차별인수로 가격자유화에 성공한 미국 자동차보험시장을 대표적인 회사들을 사례로 들어 살펴본다. ▲우량물건전담회사 =뉴저지주 워런가에 위치하고 있는 첩(CHUBB)사는 미국내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우량물건 전문회사로 꼽힌다. 대략 2만5천달러 이상의 고가승용차나 고급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유층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웬만큼 부유하지 않고서는 보험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보험사가 스스로 계약을 거부하는 까닭이다. 「돈많은 사람에게 비싸게 보험을 팔고 그 대신 차원높은 보상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모토다. 이에 따라 첩사의 자동차보험 계약건수는 10만건을 넘지 않는다. 1억2천여대에 달하는 미국내 전체 자동차대수와 비교할 때 0.1% 수준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블레어 보상담당이사의 표현은 이 회사의 자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교통사고 발생시 보상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주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고객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처음부터 돈많은 사람을 찾는다』며 『보험료가 다소 비싸긴 하지만 고객들 대부분이 차별화된 고급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량물건전담회사= 소규모 보험사인 로버트플랜(ROBERT PLAN)은 남들이 받아주지 않는 불량물건만을 전문적으로 인수해 성공을 거둔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 다른 보험사에서는 인수를 기피하는 불량계약 물건을 넘겨받아 오히려 수익을 내는 독특한 영업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불량계약자로부터 이익을 뽑아내는 이 회사의 손익계산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예를 들어 A보험사가 예정손해율 1백60%인 불량물건을 강제할당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A보험사는 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경우 60%의 추가손해가 불가피한만큼 이보다 다소 낮은 34%의 비용을 지급하고 이를 로버트플랜에 떠넘긴다. 34%의 비용이 소요되긴 했지만 예정손해율에 비해서는 26%를 절감하는 셈이다. 반면 로버트플랜은 불량물건 가입자를 대상으로 혹독하리만큼 까다로운 보상관리를 실시, 손해율을 1백27%선으로 줄인다. 결국 A사는 적당히 손해보고 불량물건을 넘겨서 좋고 로버트플랜은 0.07%의 이익을 남겨 좋은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로버트플랜은 특히 철저한 보상관리를 위해 전직경찰 출신 조사요원을 1백명 이상 확보, 사고경력자의 보험사기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인수심사를 통해 보험료 인상요인을 하나하나 꼬집어내 가급적 보험료율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이 회사의 특기다. 이런 까닭에 로버트플랜은 보험계약자들로부터 「지독하다」는 원성을 사기도 한다. 로버트월러 회장은 『우리 회사의 보험료 결정구조는 과학이나 다름없다』며 『한국에서도 불량물건만을 전담하는 보험사를 세울 경우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계약자보호장치= 미국 보험시장은 철저한 선별인수외에 계약자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보험계약자 보호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주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0년부터 우리나라의 보험감독원장과 같은 주정부 보험국장을 주민직선으로 뽑고 있다. 계약자입장에서 보험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주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주정부가 일년에 한차례씩 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율을 비교, 분석해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보험가입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하는 한편 일부주에서는 3∼4년에 한번꼴로 관할보험사가 요율수준을 적정선에서 지키고 있는지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뉴욕=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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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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