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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야경 모리만의 것으로
방송선 미술관 풍경 지속 노출
● 리더가 나선 '미국 메트로폴리탄'
에스티로더 명예회장 등
지도층 자발적 기부로 성장
일본 도쿄 한복판 롯폰기, 그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 위 같은 땅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 모리타워 최상위층에 미술관 하나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 '모리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사실 여러 제반 여건만 보고 따지면 '도저히 잘 유지될 수 없는'미술관이다.
우선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쿄 초고층 빌딩 최상위층에 자리해 고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53층 메인 갤러리까지 특정 작품을 올려 보내려면 그 운반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며, 그로 인해 증가하는 보혐료 상승분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조차 힘든 거액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하나 모리 미술관의 발목을 잡는 부분은 바로 상설 전시관이 없다는 점. 상설 전시관이 있는 대부분의 미술관에는 언제나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 미술품이 있다. 예컨대 루브르의'모나리자', 오르세의'만종'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모리 미술관은 상설 전시관이나 프랜차이즈 작품이 없기에 미술관 홍보와 고정 관람객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리 미술관은 2003년 10월 개관 이래 여러 차례 연중 최다 관객 수 기록을 갱신해가며 전무후무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리 미술관은 어떻게 이런 제약 사항들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빌림'의 미학에 있다. 모리 미술관은 자신들이 입주한 모리타워의 야경을 빌려 미술관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빌린 야경을 활용해 자신들의 명성을 더욱 더 알릴 수 있었다. 미술관이 입주한 모리타워가 서 있는 롯폰기 힐스에는 일본의 주요 방송사 중 하나인 아사히TV의 본사가 입주하고 있다. 그들은 이 아사히TV의 방송프로그램에 미술관을 단골로 빌려 줌으로써 거꾸로 방송의 힘을 그대로 빌려올 수 있었다. 아사히TV의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가 모리 미술관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두고 문화계 소식을 전한다거나, 캐스터가 이슬이 촉촉히 내려앉은 모리 정원에서 날씨 예고를 전하기라도 하면 출근 전 잠시 켜놓은 TV에서 그 모습을 본 회사원들은 그날 저녁 어김없이 모리 미술관을 찾는 현상이 반복됐다.
빌림 본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생 미술관으로서 가장 절실했던 것이 고정적인 관람객이 되어줄 도쿄 거주 미술 애호가들의 괌심이었다. 모리 미술관은 도시 내 다른 미술관과 연계해 패키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존 미술관들이 보유한 관람객의 관심을 그대로 빌려 오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 역시 빛을 발했다. 그다지 쉽지 않은 여건에도'빌림의 미학'으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모리 미술관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은 이처럼 모리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혹은 박물관 20곳을 선정해 이를 만든 사람들과 소장 작품,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여기서 기업이나 개인이 교훈을 삼을 만한 경영전략을 끌어와 소개하고 있다.
모리 미술관이'빌림의 미학'을 활용해 역량을 개발하고 활용했다면, 미국 최초 국립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리더의 헌신과 솔선수범을 이용해 최고가 된 사례다. 1870년 문을 연 미국 최초 국립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짧은 시간에 세계 최대 미술관으로 성장했다. 그 기저에는 사회 지도층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가 큰 역할을 했다. 1901년 뉴저지에 살던 제이컵 로저스는 현재 원화 가치로 약 4,6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고, 지난 4월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의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은 10억 달러에 이르는 소장 미술품을 메트로폴리탄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리더의 솔선수범이 미술관에 숨결을 불어넣은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책은 셜록홈스 박물관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국립 두바이 박물관에서는 기업문화와 조직의 변화를, 말라카 해양박물관에서는 현장리더십 등을 언급하며 세계 대표 미술관에서 건져 올린 기업 경영의 혜안을 전한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