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럽강자' 해링턴 PGA 첫승

7타 뒤진채 출발 연장 대역전극… 나상욱·위창수 공동22위 그쳐

중압감 속에서는 ‘먼저 매를 맞는’ 편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그대로 입증된 승부였다. 미국 PGA투어 첫 승을 눈앞에 둔 파드리그 해링턴(34ㆍ아일랜드)과 세계랭킹 1위 재탈환을 위해 우승컵이 요긴한 비제이 싱(41ㆍ피지)의 연장 두번째 홀. 긴장한 듯 두 선수는 세컨드 샷을 나란히 18번홀(파4) 그린 왼쪽 러프지역으로 보냈다. 해링턴의 어프로치 샷이 홀을 1.2m 가량 지나쳤고 싱은 76㎝에 붙였다. “싱은 거의 컨시드 거리였다”는 해링턴의 말처럼 승패는 해링턴의 만만찮은 파 퍼트 성공 여부에 달려 있던 상황. 먼저 플레이를 한 해링턴의 볼이 홀에 떨어진 반면 표정이 굳어진 싱의 짧은 퍼트는 홀 오른쪽 벽을 타고 돌아 나오면서 긴장의 끈이 다소 싱겁게 느슨해지고 말았다. 유럽투어에서 통산 10승을 거둔 세계랭킹 8위 해링턴이 14일 혼다클래식(총상금 550만달러) 정상에 올랐다. 해링턴은 지난 2002년 타이거 우즈 재단이 개최하는 이벤트대회인 타깃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미국 PGA투어 정규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PGA투어에 주력할 계획인 해링턴은 99만달러를 받아 상금랭킹 119위에서 단숨에 7위(108만7,826달러)로 상승하며 강자의 등장을 알렸다. 또 아일랜드인 첫 PGA투어 챔피언에 올라 매리 맥컬리스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는 기쁨도 누렸다.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미라솔CC 선라이즈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해링턴은 선두에 7타나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해 역전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번홀(파4) 버디로 출발할 때만 해도 순위는 20위권. 그러나 4~6번홀 3연속 버디에 이어 8~13번홀 6연속 버디 등으로 무려 10타를 줄여 선두권까지 치고 나왔다. 정평이 나 있는 퍼트 솜씨에 송곳 같은 아이언 샷이 홀 가까이 꽂히면서 59타 경신도 기대하게 했다. 14, 15번홀 보기를 범해 주춤했지만 17번홀(파5)에서 다시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그는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마칠 때까지 1시간30분 동안 기다린 뒤 싱, 조 오길비(미국)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에서 해링턴은 그린을 놓쳤으나 높이 띄우는 어프로치 샷에 이어 파 퍼트를 성공시켰고 오길비가 탈락한 가운데 열린 두번째 홀에서 싱을 눌렀다. 이날 8타를 줄인 싱은 시즌 두번째 우승 문턱까지 다가섰지만 연장 첫 홀에서 4.5m 버디 기회를 놓친 데 이어 두번째 홀에서 어이없이 퍼트를 실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세계랭킹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싱은 전날 유럽투어 카타르마스터스에서 우승한 3위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2위 자리마저 위협 받게 됐다. 3라운드에서 60위까지 추락했던 나상욱(21ㆍ코오롱엘로드)은 6언더파 66타(합계 6언더파)로 분전, 공동22위로 뛰어올랐다. 시즌 상금랭킹 12위에서 11위로 한 계단 오른 나상욱은 마스터스 출전 자격인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진입하기 위해 이어지는 베이힐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위창수(33)는 1타도 줄이지 못한 채 나상욱과 나란히 공동22위에 그쳤지만 투어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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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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