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잘못된 법이 남긴 후유증

지난해 3월. 금융 당국은 수천만명의 이해 관계가 걸린 법 하나를 바꿨다. 바로 여신전문금융법이었다. 당시 개정된 법 9조는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결제를 거절하거나 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카드 결제를 거부할 때 가맹업주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법안은 전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태어날 때부터 기형적 얼굴을 띠고 있었다. 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현재 소액결제를 거부하는 소상공인들은 전부 위법자다. 법안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중점으로 뒀다지만 가맹점주의 권익이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였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 도입될 당시 실효성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고 되새겼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법은 결국 뒤탈을 남기고 말았다. 이번에는 카드 가맹점이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와 가맹점 간에 해묵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한 개정안을 지적한다. 애당초 법안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사실 카드 결제 거부 허용 방침에 대한 가맹업주나 소비자 양쪽 주장을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가맹점들은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몇 백원, 몇 천원짜리 소액상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남는 게 별로 없다. 반면 소비자들은 편의성을 말한다. 1만원 이하의 소액 카드 결제는 매년 급증해 10억건이 넘는다. 수중에 현금, 특히 동전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신사 멤버십 카드 등으로 할인이라도 받으면 10원짜리 동전도 지녀야 하는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 가맹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법안의 명분은 이해한다고 하지만, 카드 결제에 익숙한 소비자들로서는 불쾌함을 참기 힘들다. 여기에 익숙하게 한 것이 바로 지난해 개정안을 만든 금융당국이고, 결국 지금의 논란을 만든 것은 관료들이라 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긴다는 교훈이 다시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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