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급전임자 예상보다 크게 늘어

기아차노사 교섭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소하리 공장에서 열린 본교섭에서 타임오프를 포함한 단협 내용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타임오프제 시행 두 달 여 만에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 전임자의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중소기업 노조의 전임자 수가 타임오프 적용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대별된다. 이는 타임오프 한도가 중소규모의 노조에게는 상대적으로 후하고, 대규모 노조에게는 박하게 적용된 ‘하후상박’의 원칙 때문이다. 게다가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가 많을수록 구간을 넓게 설정해 놨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따라 대기업 노조는 전임자를 대폭 감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대기업 노조의 전임자 수가 크게 감소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노사가 타임오프를 합의한 대형사업장을 살펴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흐름이 하나 있다. 이들 사업장의 총 전임자의 수는 줄어드는 대신 노조가 자체 재정으로 충당하는 무급 노조 전임자의 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개별 사업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가 무급노조 전임자를 두고 있고 전체 노조 전임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절반을 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타임오프 시행에 따라 노조 전임자를 55명에서 30명으로 줄였다. 이 중 15명은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 받는 유급 노조전임자이고 나머지 15명은 노조가 자체 재정으로 급여를 충당하는 무급 노조전임자다. 유급과 무급 노조 전임자의 비율이 1대1 이다. LG전자 노조는 기존 24명의 유급 전임자를 타임오프 한도에 맞춰 11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LG전자 노조는 무급 전임자를 6명을 두기로 해 총 노조 전임자가 17명이다. 14명의 전임자가 있었던 델파이노조는 최근 임단협에서 사측과 타임오프 한도에 따라 유급 전임자를 5명을 두고 나머지 9명은 무급 전임자로 두는 데 합의했다. 무급 전임자가 유급 전임자의 2배 가까이 되면서 총 전임자 수도 타임오프 시행 전과 1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밖에 삼호중공업노조와 쌍용차노조 등도 타임오프 한도 내의 유급 노조 전임자 외에 노조 자체 재정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무급 노조 전임자를 두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노사가 합의하는 경우 노조 전임자를 얼마든지 둘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유급으로 인정해주는 근로시간면제자와는 달리 무급이 원칙이다. 노조가 자체 재정으로 급여를 충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대형 사업장에서 무급노조 전임자가 예상 보다 많은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타임오프제가 현장에서 정착돼 가는 중에 생기는 과도기적 단계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노조는 타임오프 제 시행으로 전임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자체 재원으로 무급 전임자를 둠으로써 기존 노조활동의 공백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무급 노조 전임자는 노사 합의로 법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것”이라면서 “타임오프 한도에 맞추느라 전임자가 크게 줄아 노조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노사 자율로 적정 수준의 무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타임오프가 현장에 빠르게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재정 자립도 함께 갔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노조가 스스로 급여를 부담하는 전임자에 대해 경영계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노조의 무급 노조전임자 확대가 자칫 회사로부터 각종 수당을 따내 사실상 기존처럼 전임자급여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노사가 임단협에서 보전수당을 신설해 사실상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묵인하는 사례가 또다시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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