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돈의 국제금융시장] 중국 위안화 절하 카드 꺼내나

11월 소비자물가지수 1.4%… 5년만에 최저

디플레 탈출용으로 선택 땐 세계경제 환율전쟁 불보듯


중국의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년 만에 가장 낮은 1.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선택할 경우 일본과 유럽의 디플레이션 대응을 무력화하고 세계 경제를 환율전쟁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CPI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4%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등이 예측한 1.6%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날 발표된 PPI도 시장 예상치보다 추가 하락한 -2.7%를 나타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2%대를 유지하다가 9월부터 1%대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도시 물가 상승률이 1.5%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농촌 물가 상승률은 1.3%로 0.1%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세부항목에서는 식품 가격이 계절적 요인으로 2.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비식품 가격은 상승률이 1%로 떨어지고 서비스물가도 1.8% 상승에 그쳤다. PPI는 국내외 수요둔화에다 유가 및 금속류 등의 가격하락으로 33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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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실물경제의 골칫거리였던 과잉생산으로 재고는 넘쳐나고 내부수요마저 감소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반기에 들어서며 일부 제조업 공장들은 재고소진을 위해 원가 이하에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장 바빠야 할 베이징 뉴런지에의 크리스마스용품 상가들은 지난해와 달리 20개 상가 중 3개만이 문을 열었고 이들 상점은 지난해보다 최고 70% 이상 가격을 낮춰 덤핑 판매를 하고 있다. 저우하오 ANZ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공급과잉과 유가하락으로 디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다"며 "경제성장까지 둔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21일 이뤄진 인민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하며 디플레이션 우려 가중으로 중국 당국이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추가 통화정책 완화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를 하면서도 신중한 통화정책이라는 기조의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AFP는 유동성의 함정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일 것으로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유동성을 풀어 경기부양을 할 경우 경제개혁 조치에서 후퇴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수출경쟁력과 물가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유럽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대응 노력을 무산시키며 세계 경제를 환율전쟁으로 몰아넣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위안화 고시 환율은 10일 달러당 6.1751위안으로 최근 한 달 새 0.9% 올랐다.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시진핑 정부가 외교적 부담이 있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닌 외부수요 창출에 의한 디플레이션 탈출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오지쉰 인민대 교수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해소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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