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엔진에 생명력을/우완식 한화에너지사장(특별기고)

작년말부터 시작된 어려운 경제상황이 올 상반기를 지나도 호전될 기미가 없다.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우리경제가 그동안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느끼게한다.개방화와 자유화에 따른 외국 경제대국과의 경쟁에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우리는 내부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감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이상징후들은 활발하게 돌아가야할 우리의 경제엔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적신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상징후를 감지하면서도 이에대한 원인과 대책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전과 다른 것 같다. 전에는 위기를 맞으면서도 언제쯤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고 있는 최근의 금융불안과 잇따른 대기업의 부도설 등으로 당분간 암운이 가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기의 실체가 전과 다를진대 예전과 같은 안이한 자세로는 이번 고비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도 장기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요즘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짜임새를 찾아 볼 수 없고 전반적으로 이완되어 있다. 땀흘려 일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만족과 보람보다는 소비로부터 오는 희락에 몰입해 있는 듯하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현장이 아닌 소비와 향락의 장소로 인력이 몰리고 있다. 인체의 혈액에 비유되는 자금은 더 큰 문제다. 중앙은행은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자금배분의 양극화현상이다. 일부 사정이 좋은 회사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자금줄을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문제다.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겹쳐 어려운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낮은 이자에 안정적인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외국의 기업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이른바 벤처자금을 얻을 길은 더욱 막막하다. 벤처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다. 끊임없는 소멸과 생성속에서 이어지는 생명현상이 균형을 잃고 점차 생성보다는 소멸이 우세를 보임으로써 경제의 조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엔진에 발생한 문제들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은 기업가정신에 불씨를 지펴야 할 때다. 근로의욕도 불살라야 한다. 우리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히 경제원칙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자율기능이 제고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바로 세워진 후라야 건강한 체질로 돌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중 하나는 행정규제완화가 아닌 「제로베이스」로부터의 발상의 전환이다. 그동안 정부는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규제완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력은 해왔으나 결과는 없는 셈이다. 그동안 노력해온 방향자체가 규제를 상정한 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해 기업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키워온 선진국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완화조치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규제 마인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한 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기업들의 자기변신의 노력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뼈를 깎는 인내가 필요한 마라톤과도 같다. 그런데 시작부터 의욕이 상실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마치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최후의 몸부림 쯤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하에서는 최종 도착지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기변신의 실패는 곧 경쟁의 회오리 속에서 도태되는 것을 의미한다. 거품을 제거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저효율의 사업구조에서 고부가가치 구조로 발빠른 변신을 이루는데는 우리 모두의 신뢰와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길일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일기 전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기 위해 모두의 힘을 집결해야 한다. 이제 정부 그리고 근로자와 사용자가 하나돼 우리경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운동을 다같이 전개하자. ◇약력 ▲38년 충북 충주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경인에너지 전무 ▲동일석유 사장 ▲한국석유유통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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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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