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동호 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서울경제신문과 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28회(7월) 수상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동호박사가 선정됐다. 金박사는 레이저의 극초단 펄스를 이용해 분자의 운동 등 초고속 현상을 규명하는 데 탁월한 업적을 남긴 공로로 이상을 받게 됐다. 金박사의 연구는 국내 레이저 분광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연구 활동과 연구 세계를 소개한다.말(馬)의 다리는 몇 개인가. 누구나 아는 쉬운 질문이다. 그렇다면 말이 달릴 때 어느 한 순간 네 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을까? 아니면 네 발 가운데 어느 한 발은 항상 땅에 붙어 있을까?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쉽게 그 답을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눈으로 그 답을 확인할 수는 없다. 사람은 16분의 1초보다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현상을 인지하지 못한다. 물론 말이 달리는 속도는 그 이상이다. 100년 전 프랑스 사람들도 이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한 적이 있다. 공중에 뜬다는 사람과 한 발은 항상 땅에 붙어 있다는 사람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이 논쟁은 싱겁게 끝났다. 사진기 때문에. 그 무렵 개발된 사진기가 말이 어느 한 순간 공중에 떠 있음을 사진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이 사실은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보통사람은 사진에 대해 「추억이나 사실의 기록」 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기록 기능 외에 「판독」(判讀)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앞의 사례도 한가지 예다. 사례를 하나 더 들면 육상 경기에서 100분의 1초 차이의 승부를 판독하는 기계도 역시 사진기다. 스트릭 카메라로 불리는 이 사진기는 최고 1,000분의 1초까지 나누어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사진의 판독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더욱 신비롭다. 자연계에는 말이나 사람의 운동보다 훨씬 빠른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분자의 운동. 분자는 보통 기체 상태에서 시속 수천㎞로 날아다닌다. 초음속 비행기보다 빠르다. 분자는 특히 회전·진동 등 다양한 운동을 한다. 회전운동의 경우 100 펨토초마다 한 번 씩 일어난다. 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다.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다. 이같은 엄청난 속도의 운동을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계가 바로 사진기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태양빛의 하나인 가시광선으로는 도저히 찍어낼 수 없다. 분자의 크기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게 레이저 분광학. 초고속 레이저 분광기(사진기)는 분자에 레이저 펄스를 쏘아 마치 영화를 찍듯이 분자의 운동을 포착하고 슬로우 비디오처럼 볼 수 있게 해준다. 레이저는 가시광선 등 자연의 빛과 달리 파장이 균일하고 극히 짧은 시간에만 존재하는 극초단파 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촬영이 가능하다. 레이저 사진기는 60년대 처음 나온 뒤 급속도의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1천조분의 1초까지 촬영하는게 가능해졌다. 당연히 레이저를 이용한 사진기술은 물리·화학·생물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온갖 수수께끼를 벗기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 모두 한 과학자의 끈질긴 연구 덕분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김동호(金東晧)박사. 金박사는 미국 유학중 레이저의 신비로움에 빠져 20여년간 오로지 이 일에만 매달려 왔다. 특히 86년 귀국해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들어간 뒤 13년동안 한 눈 팔지 않고 레이저 분광기를 만들어 왔다. 그 결과 이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 최근 金박사가 만든 레이저 사진기는 20펨토초마다 셔터를 눌러 분자 등의 운동을 관찰하고 확인하고 기록도 해준다. 이 시간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도는 빛이 불과 0.3㎜밖에 나아가지 못하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저 사진기는 이보다 좀 빠른 6펨토초마다 셔터를 누른다. 金박사는 특히 직접 만든 레이저 사진기로 우주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것으로 알려진 탄소분자 「풀러랜」의 새로운 성질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풀러랜은 특히 3명의 과학자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만큼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소재다. 金박사는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풀러랜이 레이저를 흡수한 뒤 들뜬 상태가 되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풀러랜은 빛을 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험결과는 특히 우주탄생과 생명체 형성의 비밀을 푸는 단서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 셔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광원(光源)으로 레이저를 이용하면서 「사진 기 혁명」이 일어났다. 날아가는 총알은 물론이고 심지어 10조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회전운동을 하는 분자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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