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예상 밖 힘겨운 승리… 힘 빠진 차베스주의

■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당선<br>50.66% 득표해 카프릴레스에 1.59%P차 박빙<br>야권 후보 재개표 요구로 초반 정국 혼란 예고<br>경기침체·고물가·달러부족 등 해결도 만만찮아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선거에서 집권당 후보인 니콜라스 마두로(51) 임시 대통령이 근소한 표차로 겨우 당선됐다.

마두로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도 초라한 승리를 거둠에 따라 차베스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마두로는 경기침체ㆍ물가급등ㆍ달러부족 등의 경제위기를 타개해야 하는데다 야권이 재개표를 요구하고 있어 독자적인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가 50.66%를 득표해 49.07%를 얻은 엔리케 카프릴레스(41) 야권 통합후보를 1.59%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발표했다. 마두로는 오는 19일 취임해 2019년 1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마두로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차베스가 이끌었던 14년이 연장되는 것"이라며 "위대한 차베스의 승리는 계속된다. 조국의 승리, 차베스여 영원하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마두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카프릴레스에게 최소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는데도 막상 선거에서는 겨우 승리하는 데 그치면서 차베스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마두로는 과거 차베스 같은 일방통행식 국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가 2%포인트 수준으로 작았다"며 "앞으로 베네수엘라 정치권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두로가 선거에 패배한 야권을 포용하지 못할 경우 정권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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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권 후보인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재개표가 이뤄지기까지 당국의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을 선언해 정국혼란이 예상된다. 카프릴레스는 "당국의 발표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과가 다르다"며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두로로서는 ▦정치안정 ▦재정적자 해소 ▦식료ㆍ의약품 부족 해소 ▦실업률 축소 ▦세계 최악의 치안 문제 해결이라는 현안에 대한 해결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새 대통령으로서 급등하는 물가와 소비재 부족, 경제성장 부진 등 베네수엘라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도 마두로의 진면목을 알지 못한다"면서 "일부 시장전문가들이 차베스에 비해 실용적인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거의 없다"고 마두로 시대의 불확실성을 대변했다.

일각에서는 마두로가 6년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베네수엘라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 3년이 지난 뒤 유권자 20%의 요구가 있을 경우 국민투표를 거쳐 소환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마두로가 차베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궁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KOTRA는 '포스트 차베스,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서 "마두로의 정치적 기반 자체가 차베스에게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차베스 정부의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차베스의 반미의지를 계승하겠지만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생산성ㆍ수익성 제고를 위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투자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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