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 회견문과 일문일답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별로 국정운영 방향과 내용을 밝혔다. 회견문과 일문일답을 묶어 노 대통령이 밝힌 국정운영 방향을 주제별로 정리한다.(경제분야)
▲검찰의 재계 수사문제 = 검찰수사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지켜보기에 검찰도 정치자금과 관계된 부분까지만 조사하고 그 이외의 것은 문제삼지 않는 것 아닌가. 아직은 그렇게 보인다. 그런 것을 앞으로 어떻게 조금 더 안정되게 정리할 것이냐 라는 것은 재계에서 막연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면 그런 것은 정부에서도 논의해서 수사로 인한 불안정성 같은 것은 해소하는 방안을 우리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 재계에서 좋은 안을 마련해 달라. 총선은 경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선거비용으로 기업에 부담되는 정치는 없을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 올해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 이를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바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를 개최해 노동계와 경제계, 여야 지도자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나가겠다.
고용흡수력이 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인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금융.의료.법률.컨설팅 같은 지식산업도 적극 육성해 가겠다. 고용효과가 크고 서민경제와 밀접한 유통.문화.관광.레저 등 서비스 산업도 더욱 발전시키겠다.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상반기중 금융.세제 등 개선방안을 내놓겠다.
▲집값 안정 = 부동산 가격은 그 자체가 서민생활이다. 높은 집값은 임금인상의 압력이 되고 임금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서민생활의 안정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집값, 전세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 투기로 인해 서민들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 주택공급 물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올해 국민임대주택 10만호를 비롯해 총 50만호를 건설하고 무주택 우선공급 물량을 75%로 확대하는 정책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경기회복 = 이번 불경기는 단기에 회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출발했다. 서너집 걸러 한집씩 신용불량자가 있는 수준이다. 소비할 여지가 없다. 열심히 벌어도 이자갚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소비회복이 느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카드채 90조원이 맞물려 있는 금융시장 위기도 존재했다. 그래서 경기회복이 느린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인내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통화정책 함부로 쓰면 그 뒤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재정정책만 썼다. 투자가 확실하게 살아나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투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개선을 해왔다.
▲경제불확실성 =지난 1년간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였다. `정부가 하는 일이 불확실해서 투자가 안된다`며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부분이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것이냐. 적어도 정책에 있어 어느 부분이 불확실한지 묻고 싶다. 정치상황은 관계없다고 본다. 86∼88년 3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 정치적으로 제일 시끄러울 때였다. 정치상황은 분위기일 뿐이다.
▲LG카드 사태 = LG카드 사태가 신관치(新官治)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 되고 바로 카드채 문제가 터졌는데 정부가 당시 했던 일은 채권회수 유예 권고 수준의 개입을 한 것 같다. 개입을 해야 되나 안해야 되나 논란이 있지만 정부가 그것도 안 하면 뭐하겠나. 회생될 수 있는 환자에게 투약해 회생시켜야 한다.
LG카드도 원론적으로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지만 경제참모들이 시장자율성을 훼손하지 않고 왜곡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권단이 협의할 수 있도록 자리 만드는 수준의 개입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자 모두가 결국 파산.정리란 방법으로 모두가 손해보는 것보다 이렇게 정부가 좀 개입해주면 모두가 손해를 줄일 수 있고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지 정부가 강압을 쓴 것 아니다.
(노사관계)
▲임금문제 = 근로자들이 올 한해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기 바란다. 지난 수년간 생산성 향상을 훨씬 웃도는 임금상승이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는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전체 근로자를 위해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노사분규 = 올해를 `노.사.정 대타협`의 신기원을 이룩한 해로 만들자.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정착에 주력하고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정부가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겠다.
(정치분야)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문제=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 아직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법적 시비가 있어 서 설사 생각이 있더라도 연계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국민투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신임은 약속이고 어떻게 실천할지 계속 고민하겠다. 재신임 방법을 결정하는 시기는 측근비리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을 때 심사숙고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입장을 정리하겠다.
▲총선 총동원령= 대통령이 쓰기에는 용어가 적절치 않으며 총동원령을 내릴 생각도 없다. 다만 정당이 집요하게 영입노력을 하고, (각료들이) 개인적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결심이 선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무리하게 만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후속개각과 청와대 개편= 후속 개각은 현재로서 아무 계획이 없다. 청와대 개편도 마찬가지다.
▲측근비리 수사관련=여러가지 측근 의혹문제와 관련, 오랫동안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중이란 이유로 명확하게 사실 언급을 하지 않아왔다. 해명이라고 해도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항상 따라붙게 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기명 씨의 용인 땅 매입 부탁과 관련, 강금원 회장에게 요청해 강 회장이 매수한 사실은 이미 8월에 밝힌 바 있다. 호의적 거래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자금이나 불법자금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다.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입당시기는 정하지 않았으나 입당하고픈 생각이다. 지지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대통령 후보일때 당내에 저를 지지하는 세력과 지지하지 않는 세력으로 갈라졌다. 결과적으로 개혁을 지지해 저를 지지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하고 있어 정치노선에서 그분들과 같이 하고 있다. 입당을 미루는 것은 정치적 공격을 많이 받고 있고 미리부터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 허물이 명확히 정리되고 당에 부담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설 때 입당하도록 하겠다.
(사회분야)
▲지역균형 발전 = 낙후된 지방부터 살리겠다. 올해 5조원의 균형발전 특별회계를 편성, 지방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서울에 집중된 연구기관을 점진적으로 옮겨 지방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
▲교육문제 = 교육문제는 정말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않겠다. 조만간 사교육비 해결과 공교육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겠다. 지난 1년동안 고심을 거듭했다. 반드시 실효성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행정수도 이전 = 궁극적으로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선 때 제 공약이고 한나라당 공약이 아니어서 이를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 통과를 보니 그런 것만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 어느 때라도 문제가 되면 국민을 설득해 나가겠다. 큰 저항은 없는 것 같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외교ㆍ안보)
▲외교부 직원 징계문제=대통령은 자기 외교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공직자는 대통령의 정책과 정책노선을 존중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대미외교과정에서 외교부 일부 공무원들이 때때로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 사전정보 유출이 있었고, 결정된 정책의 세부정책 영향을 끼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정보 유출도 있었다. 그동안 몇번 주의를 환기하고 정책을 따라줄 것을 요구 했지만 대통령 외교노선에 이의를 제기하고 모욕적 언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지장이 없도록 우선 인사조치를 할 것이다.
▲북 핵 문제=북 핵 문제는 대화기조를 계속 유지해갈 것이다. 북 핵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대화 기조`나`안정적 운영`을 흐트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도 흔들리고 많은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실질적 협상 과정에서 이런 저런 작은 공방이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있어선 기존 합의틀 내에서 실질적 교류를 최대한 늘려나가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라크 파병=파병동의안 처리가 빨리 됐으면 좋겠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국회처리 마냥 늦다고 말하기만도 어려운 것이 한국 상황이다. 국회와 각 교섭단체 내부적에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어 늦어졌다. 그러나 동의가 조금 늦어진다고 파병까지 많이 늦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의가 늦어지더라도 정부는 빨리 파병할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일로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 안 한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