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자위권 발동 예고… 거시건전성 3종세트 최우선 카드

■ 환율전쟁 포문 연 박근혜<br>조세강화 정책에도 무게<br>통화정책은 최후수단으로

"그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민생을 위한 물가안정 등을 자주 언급해 외환시장은 전반적으로 (원ㆍ달러) 환율하락을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오늘부터는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이건희 외환은행 과장)

박근혜 당선인이 20일 환율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론을 제기하자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환율하락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구두경고를 한 만큼 환투기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교체기의 일시적인 행정공백을 노린 이른바 '환율 레임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당선인의 구두경고 이후 외환당국이 구체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서느냐 여부다. 박 당선인의 이번 발언 중 세 가지 포인트가 향후 환율안정정책의 강도와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로 여겨진다. 첫 번째는 엔저(엔화약세) 문제가 언급됐다는 점(정책방향), 둘째는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 손해 방지를 약속했다는 점(환율수준), 셋째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정책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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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엔저 문제가 언급됐다는 점은 '환율 자위권 발동'을 예고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외환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엔저 기조가 주요 강대국들의 암묵적 용인 아래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세라면 우리 정부가 국제적 공조 없이도 외환주권을 지킬 수 있는 자위적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자위권의 주요 수단으로는 조세ㆍ통화ㆍ감독정책이 거론된다. 쉽게 말하면 투기적 외환 거래에 징벌적 세금을 매기고 기준금리를 낮춰 국내외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 유입을 방지하며 금융기관들에 대한 외환거래 유관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요체다.

이들 3가지 수단을 어느 정도의 강도와 순서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이른바 환율 자위권 믹스(mixㆍ정책조합)의 효과는 달라지게 된다. 상식적으로 예상 가능한 순서는 '금융감독 강화→조세 강화→통화 대응'이다.

우선 감독권 강화의 경우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불리는 ▦선물환포지션한도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라는 규제장치가 완비돼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정부가 즉각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위권 발동시 1순위 정책 카드로 쓸 수 있다. 조세 강화 카드로는 외환이나 채권거래 중 투기적 자본거래에 대해 선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이른바 '한국형 토빈세' 도입이 거론된다. 마침 한국형 토빈세 도입론의 원조인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이 새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만큼 조세 강화 정책에도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다만 이는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도입순서는 2순위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카드인 통화정책(금리인하)은 즉시 발동될 수 있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들과의 국제적 공조 없이는 효과도 없고 역풍만 맞을 수 있으므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만약 통화정책까지 동원하는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엔저에 맞불을 놓는 한일 통화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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