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시대 적응력이 문제다(사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은 우리에겐 최후의 해결책이다. 벌써 1차분으로 55억달러가 들어왔다. 오는 18일에는 35억달러가 도입되고 2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20억달러, 27일 세계은행(IBRD) 20억달러 등 연말까지 75억달러가 추가로 수혈된다. 그런데도 경제는 국가부도로 치닫고 있다.IMF의 지원조건은 긴축금융을 통한 저성장, 산업구조조정 및 금융시장 조기개방 등 우리경제의 기존 체제를 뒤엎는 사항들이다. 충격이 클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IMF가 직접 제공하는 2백10억달러와 세계 각국이 분담하는 지원금 등 총 5백70억달러로 경제위기가 풀릴 것인가하는 의구심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IMF구제금융은 지난 6월 이후 태국에 1백72억달러, 인도네시아에 2백30억달러 등이 지원됐다. 최대 규모의 지원을 받는 우리로서는 시간이 급박, 여유있는 협상을 할 수가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융시장 조기개방과 신규투자제한 등의 조건을 이번에 관철시켰다. 이에 대한 후유증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라따라 처방·대응 달라야 그러나 IMF의 처방에 대해서는 서방국가에서도 의견이 많다. 경제학자인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IMF처방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IMF가 해야 할 일은 신뢰성의 회복과 필요한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너무 심한 긴축정책을 요구해서 잘못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긴축과 함께 고금리정책의 유도는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환자를 살리려는 처방이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새대통령 정책에 참여토록 한국은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IMF는 멕시코 경제에 대한 한가지 성공사례를 근거로 동남아국가와 한국을 함께 묶어 한가지 처방을 내리고 있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의해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동남아는 화교 경제권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느끼는 경제적·심리적 공황사태는 과거에 믿던 신화의 붕괴와 신뢰의 상실이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외형성장을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무너졌다. 기업들이 부채를 조달하기 위한 담보로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가치는 내릴줄 몰랐다. 그래서 영업수익보다 재산가치증식에 중점을 두어왔다. 종업원들은 평생직장이라는 전제에서 기업수익과 무관한 봉급인상에 주력했다. 자신이 속한 직장의 위상변황에 대해서는 국영기업이라 할지라도 단결해서 저항했다. 이같은 신화는 과거속으로 사라졌다. 지금까지는 한쪽 눈을 감고 상대방의 결점만을 찾아 비난만 해왔다. 이제 감은 눈을 마저 크게 떠야 한다. 세계 경제의 양대 주축인 일본조차 각종 금융기관의 붕괴와 함께 제로성장을 걱정하는 추세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IMF와 추가구제금융 협상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고 경제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재무장관이 앞장서 다짐했다. 러시아 재무장관의 약속은 우리나라 경제관료들의 허황한 과시에 비해서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내에 경제개혁 반대세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신뢰회복·재기 우리의지에 정책당국은 이제 자기방어보다 현황을 직시하고 이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IMF는 동남아국가에 같은 처방을 제시했으나 이들 나라의 경제는 아직도 혼란의 와중에 있다. 종금사의 문을닫을 때는 자금시장의 혼란에 대비했어야 했다. 정책이 실종된 것이다. 이를 메우는 방법이 있다. 오는 18일 선출되는 새 대통령 당선자는 현 정권과 협의, 경제관료들만이라도 임명, 안정감을 가지고 단절없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비상사태다. 헌법규정을 들먹이기에는 새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 공백이 너무 길다. 영국의 정권교체는 우리에게 교훈이다. 지난 5월 18년간의 보수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린 노동당의 블레어 당수는 선거 다음날 메이저 총리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았다. 「재야 예비내각」(Shadow Cabinet)이 제도화 된 때문도 있지만 블레어 새총리가 수상관저에서 각료회의를 소집하는 데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각료로 내정되어 자기업무에 대해서 공약과 함께 숙지하고 있었던 탓이다. IMF의 처방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환자의 회복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과거 IMF통제에서 우등생으로 졸업한 바 있다. 비록 재수생으로 등록했지만 IMF의 차별있는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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