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중견 조선기자재업체인 비엔그룹이 롯데칠성음료과 무학을 물리치고 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향토기업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를 인수해야 한다는 지역의 강력한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21일 대우증권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 1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비엔그룹을 선정하고 오는 23일까지 비엔그룹이 인수예정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지급하면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비엔그룹이 입찰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인수금액은 1,700억~1,800억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그룹은 본 계약 체결 뒤 정밀실사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4~5월 안으로 인수 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비엔그룹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것은 지역 소주업체를 부산 외지 기업이 인수해서는 안 된다는 지역 정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 전 초기만해도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롯데칠성음료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이미 앞 전 대주주였던 ‘푸르밀’ 신준호 회장이 인수한 뒤 사모펀드에 되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빚은데다 지역 여론 또한 이 같은 전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비엔그룹이 지역 정서를 안고 대선주조를 인수한 만큼 바닥에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관건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비엔그룹 관계자는 “대선 인수를 마무리하면 곧바로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선주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쟁사인 무학에 맞설 신상품을 개발해 놓았고 마케팅 계획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부산시와 상공계,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향토기업을 되살리자는 범시민운동이 벌어질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부산지역 17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선주조 향토기업 되살리기 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향토기업의 대선주조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 선정을 환영한다”며 “향토기업의 대선주조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은 향토기업을 살리려는 부산시민의 승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