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묻지마 보험료 천국] <중>사업비는 대외비

모든 금융사 공개 불구, 생보사만 "내역 못밝혀"<br>사업비 실제보다 많이 책정 매년 3조이상 차익<br>가입자 부담은 커져도 "영업 비밀" 입장 고수<br>큰소리만 치는 감독당국 '무용론' 갈수록 확산


[묻지마 보험료 천국] 사업비는 대외비 생보업계 내역 안밝혀 사업비 얼마인지도 몰라실제보다 많이 책정 매년 3조원 이상 차익가입자 부담은 커져도 "영업 비밀" 입장 고수큰소리만 치는 감독당국 '무용론' 갈수록 확산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똑같이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매달 내는 보험료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월 보험료가 많게는 5만4,900원, 적게는 2만3,600원에 이른다. 보험금은 똑같이 1억원인데도 이처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보장금액이 똑같아도 보험료가 무려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 때문이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지난 2001년 이후 7년 동안 22조5,000억원 이상의 사업비 차익을 남겼다. 매년 3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더 거둔 셈이다. 사업비는 계약자들이 보험금을 받는 것과는 상관없다. 보험사들이 그저 보험계약을 유지ㆍ관리하기 위해 쓰는 비용이다. 사업비가 많다는 것은 계약자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사업비 차익은 고스란히 보험사 수익으로 직결된다. 금융감독당국은 생보사들이 매년 막대한 사업비 차익을 거둘 수 있도록 방조해왔다. 금융감독원은 4년 전부터 "생보사들의 과도한 사업비 차익이 문제"라며 "보험상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예정사업비 과다 책정 방지 ▦예정사업비 인하 유도 ▦보험료 적정성 평가 ▦유배당 보험 활성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감독당국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면피성 대책만 내놓다가 이제는 이마저도 포기한 상황이다. 금감원 계리팀의 한 관계자는 "사업비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감독당국이 생보사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기도 힘들고 말도 듣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사업비에서만 매년 수조원의 차익 발생=정부는 올해 초 "은행 수수료가 높다"며 낮추라고 요구했다. 수시로 '펀드 판매 수수료'를 낮추라는 주문도 나온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대통령까지 나서 인하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은행ㆍ신용카드ㆍ증권 등 모든 금융회사들은 소비자가 내는 수수료 등을 공개하고 때로는 인하 압력을 수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예외다. 수수료 인하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수료를 아예 공개하지도 않는다. 2008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에 생보사들이 거둬들인 총보험료 수입은 75조원. 이 가운데 사업비는 15조4,530억원으로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출된 사업비는 13조8,800억원에 그쳐 1조5,720억원을 남겼다. 회계변경 이전의 세금과공과ㆍ협회비 등을 합치면 2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문제는 생보사들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사업비를 책정함으로써 가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예정사업비와 실제로 사용한 사업비와의 차이는 2002년 3조원에서 2006년에는 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사업비 차익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협회비와 면허세ㆍ자동차세 등 공과금ㆍ예금보험료 등을 사업비에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비차익이 수조원에 달한다. ◇금융업 중 생보사만 수수료 공개하지 않아=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이 내는 보험료 중 사업비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생보사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은 채 업계 평균(100)과 비교한 숫자만을 제시한다. 보험료 5만4,000원에 '사업비계 123.8%'라고 적혀 있다면 사업비가 얼마라는 것일까. 사업비가 업계 평균의 123.8%라는 의미지만 업계 평균 사업비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가령 40세 남자가 20년 동안 납입하는 특정 종신보험의 총납입보험료는 5,112만원이다. 이 상품의 사업비는 111.3%(업계 평균 대비)다. 금액으로는 1,204만원에 달한다. 전체 보험료에서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계약자들은 구체적인 규모나 사용내역을 알지 못한다. 보험사들은 "(예정사업비는) 영업과 관련된 보안사항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은 제 역할 못해=감독당국은 2003년 7월 "보험상품 공시제도에 문제가 많다"며 "보험료 수준과 보험상품별 사업비 규모를 가입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율로 표시된 사업비 내역을 금액과 함께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고 지적사항이 발생하면 경영진 문책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업비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 임원이 문책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감독당국은 그 당시 "보험 가입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보험상품 공시제도 대책을 내놓은 지 1년 후인 2004년 9월. 생보사의 사업비 과다 차익이 또 다시 문제가 되자 금감원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26%, 사업비 차익이 큰 종신보험 판매 21%, 사업비 차익 과다 계상이 53%'라고 분석했다. 감독당국도 사업비 차익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금감원은 당시 "단기적으로는 종신보험의 예정사업비를 낮추고 보험료의 적정성을 심사해 발표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사업비 차익 과다 논란의 원인인 무배당 보험 대신 이익을 돌려주는 유배당 보험 판매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 자율로 보험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험상품 공시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보험료 적정성을 심사해 발표한 적이 없고 유배당 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없다. 생보사들은 비용절감 효과가 사라진 후에도 수조원대의 사업비 차익을 남기고 있다. 금감원이 원인과 해결책을 알고서도 대처하지 못하자 '감독당국 무용론'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감독당국이 이번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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