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이 버린 양심을 거둔 청소등판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오만이 남긴 부산물인지, 히말라야의 품에 안기려다 남긴 뜻하지 않은 파생물인지, 히말라야는 부르지도 않았던 인간이 찾아와 버린 양심에 시름해왔다. 2일(이하 한국시간) 청소등반대는 인간이 버린 양심을 하나하나 주워담았다. 4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주워담은 쓰레기는 200㎏ 정도. 부피는 100ℓ가 넘을 듯하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천91m) 베이스캠프(4천200m)에 버려진 쓰레기였다. 사실 얼마 되지 않은 분량이다. 이 정도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20여 명이 7일 간 고산병과 싸우며 강행군을 해왔던 것을 생각해볼 때 더욱 그렇다. 이 정도 수거한다고 해서 '풍요의 여신'인 안나푸르나의 주름살이 펴지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청소등반대의 비용으로 현지 사람을 사서 헬기로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해 청소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일 듯 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남기고 간 원정대와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베이스캠프에 도달해 쓰레기를 묻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묻힌 것들을 파내 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컸다.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인 히말라야의 산야에 인간의 이기심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적인 표현인 것이다. 이날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청소등반대에서 쓰레기 줍기에 앞장 선 사람은 등반대 대장인 한왕용(39.에델바이스)씨. 등반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서 쓰레기가 딱히 보이자 않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한왕용씨는 각국 원정대가 묻어둔 쓰레기를 발견해나갔다. 대부분 미국,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 원정대 등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들이었다. 쓰레기를 대충 태우기만 하고 거두어가지 않은 것이다. 한왕용씨는 "원정대들이 고의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만은 아니나 현지 짐꾼들에게 가지고 내려올 것을 부탁한 채 확인도 하지 않고 하산해 쓰레기가 그래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등반대원들은 하루 8시간씩 계속된 7일간의 등반으로 피로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모두 한왕용씨와 함께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마지막에는 모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기도. 프랑스인인 이안 두루브는 한왕용씨와 함께 수백m 떨어진 곳까지 가서 쓰레기를 모아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깡통과 유리병 등. 국내 소주 팩이 발견되기도 했다. 등반대원인 한화정(40)씨는 "안나푸르나의 자연을 보면서 올라온 뒤 쓰레기를수거해 뿌듯하다"며 "청소등반대가 가지고 내려갈 양은 턱없이 적겠지만 안나푸르나에 대한 작은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자인 한왕용씨에게 안나푸르나 북면은 지난 98년 등반 도중7천300m에서 다리가 부러진 엄홍길(45)씨를 구해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온 곳. 안나푸르나 북면은 등반이 어려워 원정대가 많이 들어오지 않지만 자연이 덜 훼손된 곳이라 한왕용씨는 좀 더 자연 그대로 모습을 만들어보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한왕용씨는 내년 봄에는 에베레스트(8천848m) 캠프4(8천m)까지 청소할 예정이다. 내년 가을에는 마칼루(8천500m)가 대상. 한왕용씨는 자신이 완등한 히말랴야 14개 봉우리의 베이스캠프를 청소 한 뒤 청소등반을 끝낼 예정이다. 한편 청소등반대에 처음 합류한 김용석(40)씨는 이날 베이스캠프에 있는 기념관비에 산악인 선배들로 지난 91년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숨진 고(故)이성구씨와 이석주씨의 추모비를 세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또 이날 캠프2(6천500m)에 올랐다가 내려온 슬로바키아 원정대가 7구의 시신을그곳에서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와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청소등반대는 3일부터 하산을 시작한 뒤 좀섬에서 비행기로 포카라 이동한 뒤다시 카트만두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안나푸르나=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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